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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구입(2)

깡통 사러 가서 풀옵 뽑았습니다

브루클린 중고차 판매점에 입성했습니다. 알통이 머리만 한 '마르코'에게 쭈뼛쭈뼛 다가가서 차를 보러 왔다며 프린트해 온 매물 소개 페이지를 건네줬습니다. 그런데 보지도 않고 그냥 무슨 차 찾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마 허위매물이었나 봐요.


시에나 아니면 오디세이 본다니까 '좋은 차 많이 있다'며 준비할 테니 1시간만 있다가 오래요. 얼떨결에 사무실에서 나왔는데 1시간 동안 어디 있을 데도 없고 어떡해요. 델리에 가서 핫푸드라도 먹으려고 걸어 나왔습니다.


큰길에서 좀 가니까 커다란 슈퍼마켓이 나와요. 그런 데는 핫푸드가 다 있거든요. 들어가 보니까 역시 있는데 마침 여기는 피자도 같이 팔고 있어서 피자를 먹기로 했습니다.


뉴욕 피자는 말이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맛있습니다. 토핑은 없고 토마토소스도 그냥 '묻은' 정도인데 정말 맛있어요. 아마 도우를 만드는 밀가루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토마토소스가 '묻은' 피자. 보기보다 맛있다

대충 먹으면서 시간 때우고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마르코가 보더니 나가자는 거예요심코 따라나갔죠. 가게 뒤로 가길래 ' 차고가 뒤에 있어서 큰길에서는 안 보였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자기 차가 있는 데로 데려간 거였어요. 차에 타래요.


원래 사무실 들어올 때는 이런 상황이 나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닥치니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차를 타고 어디로 데려갈지도 모르는 건데 그냥 탔어요. 뭐랄까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까지 나를 위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거죠. 위협하려면 아까 사무실에서 했겠지 싶은?


그래서 차를 타고 갔는데 어느 주유소로 들어가더라고요. 알고 보니 중고차랑 차량 정비, 주유소를 다 같이하는 업체였어요. 주유소 한쪽에 차가 다 모여있더라고요. 차종이 오디세이랑 시에나밖에 없는 걸 보니 마르코가 기다리라고 한 1시간 동안 여기다 차를 모아나 보더라고요.

RV 중고차가 모여있다

차를 보는데 어떤 옵션을 원하는지 묻길래 '나는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흰색]에 [가죽시트] 된다' 했어요. 그래서 보여주는데 남색 오세이를 보여주는 거죠. 거기서 깨달았어요. ', 내 말이 안 통하는구나, 분명히 흰색이라고 말했는데 발음이 구려서 못 알아듣는 건가?' 그렇게 색 오세이 보고 밤색 오세이 보고 검은색 시에나 보고 안 되겠어서 다시 얘기했어요.


'흰색이어야 한다고 흰색. 화이트. 와잇?' 그랬더니 한 대를 더 보여주는데 드디어 흰색 도요타 시에나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풀옵인 거죠. 트림도 XLE라서 최고급이고 옵션도 풀옵. 막 썬루프에 전동문짝에 크루즈 기능에 2열에서 보는 DVD 화면도 달려있거든요. 아니 나는 옵션 필요 없다니까!

드디어 만난 흰색. 하지만 풀옵이었다

아쉽게도 흰색은 이것뿐이래요. 그런데 그게 또 자동차 풀옵이 그렇잖아요. 생각이 없다가도 막상 타면 그 풀옵만이 주는 편안함. 운전석 몸에 착 감기는데 이 차 사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풀옵. 거절하기엔 너무 감겨왔다

그래서 '가격이 얼마냐, 나 옵션은 필요 없고 저렴한 거 원하는데 이건 나한테 안 맞지만,이거 강조했죠 '안 맞는 건데 그래도 싸면 고려해 볼게 얼만데?' 했더니 18,995달러를 부르는 거예요. 미국 중고차는 '윈도 프라이스'라고 해서 창문에 사양이랑 가격을 적어놓거든요. 물론 흥정을 시작하는 가격이니까 당연히 그 값에는 안 삽니다만.


가기 전에 내심 정해둔 상한이 20,000달러였거든요. 홈페이지에서 본 게 중간 옵션으로 그 정도 가격대여 옵션 좀 양보하고 19,000달러 아래면 사야지 하고 갔는데 바로 18,995달러를 부르니까 시작과 동시에 목표 달성이잖아요. '어? 음?' 속으로 막 웃으면서 표정관리하고.

시작과 동시에 달성한 목표 가격

혹시 싶어 좀 깎아줄 수 있냐니까 마르코가 그건 오너랑 이야기해야 한대요. 자기는 그냥 직원이라고. 그래서 그럼 오너를 만나게 해 줘라 하니까 이제 주유소 한쪽에 딸린 1평짜리 사무실로 데려다주더라고요. 여기서 기다리면 오너가 온다고. 사무실이 진짜 1평이에요. 책상 하나 있고 손님은 앉을자리도 없어요 엉거주춤 서 있으니까 쪼끄만 의자 하나 주긴 하더라고요.


그렇게 브루클린 중고차 업체 오너와의 일기토, 단판 승부가 시작됩니다. 과연 성공적으로 가격을 깎을 수 있을까요? 다음 화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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