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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

야생 동물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딥니다. 14일짜리 휴가라서 11일 차인 오늘은 집으로 상당 부분 돌아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다 보고 턴하려던 계획이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까지 내려갔다가, 여정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솔트레이크 시티 소금 사막까지 구경하고, 이제 빨리 집으로 가야 하는데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까지 본다고 또 하루를 써버렸네요.

땅에서 3미터쯤 올라온 공중 데크입니다

콜로라도주에 있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는 특이한 스타일의 동물원(?)입니다. 일단 동물을 가두긴 가둬 뒀어요. 울타리만 있는 보호구역과는 다릅니다. 그런데 동물을 구경하기 좋게 가둬둔 건 아니고 구획별로 나눠서 자기들끼리 생활권을 정해준 느낌입니다.


좁고 높은 데크를 몇 백 미터나 깔아서 사람들이 수고롭게 다니면서 동물을 관찰할 수 있게 해 놨어요. 새로운 개념의 동물원이네요. 물론 동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둬뒀다고 해도 부지가 엄청 넓거든요.

데크 아래 호랑이가 물 마시고 있습니다

대신 우물이나 물놀이장을 데크 가까이 설치해서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오며 가며 노출되게 합니다. 아무래도 동물이 너무 안 보이면 찾는 사람이 없을 거고 그러면 기금을 모으기도 어려우니까요. 이런 시설은 대개 입장료 수익을 동물 보호 활동에 사용합니다. 

저희는 '동물을 보려면 해질 녁에 가야 한다'는 명제를 너무 잘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도 오후 5시쯤 찾았거든요. 그런데 어림도 없더라고요. 다 둘러보고 7시쯤 나오는데 그제야 활동합니다. 워낙 산이나 언덕도 없는 평지다 보니 7시는 돼야 해가 슬슬 기울더라고요.

그래도 귀여운 곰돌이 수영하는 모습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곰이 오를 수 없는 데크 위에 있으니까 귀여운 거고 옆에 있으면 하나도 안 귀엽겠죠.

집까지 2천 킬로미터 넘게 남았는데 어쩌다 보니 덴버 도심으로 되돌아가서 숙소를 잡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햄튼인인데 이번에는 정말 실망스러운 곳이었어요. 


지금까지는 그저 기대했던 맛있는 커피가 안 나와 살짝 아쉬운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방에서 담배 냄새도 나고 (최악이네요) 아침에 조식 대신이라며 뭘 주는데 받아보니 속에 던킨도너츠 먼치킨처럼 생긴 도넛이 들어있더라고요. 한 입 베어무니 멘소래담 맛이 나서 버렸습니다.

햄튼인 덴버 노스웨스트 웨스트민스터 지점

휴가는 14일이지만 이 정도 강행군이면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기 전에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잖아요. 13일 차에는 뉴욕에 도착해야 좋은데 어쩌자고 시간을 계속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누적 5700km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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