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마운틴 아스널 내셔널 동물 보호 구역
뉴욕에서 살다가 큰 마음먹고 서부 로드트립을 나선 지 12일 차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초원을 달렸습니다. 이름도 길어서 '록키 마운틴 아스널 내셔널 동물 보호 구역'입니다. 동물원처럼 가둬두는 곳은 아니고 동물 보호를 위해 개발이 제한되는 곳이에요.
그런데 달리다 보니 차길 옆으로 자꾸 뭐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겁니다. 운전하는데 자꾸 발견되니까 신경이 쓰여서 멈춰 서서 들여다봤는데요. 뭐가 보이시나요?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데서 보던 동물인데요. 근처에 천적이 있나 서서 망보는 동물 있죠? 제가 아는 건 미어캣밖에 없어서 이 사진을 찍을 대는 미어캣인 줄 알았습니다만.
나중에 생김새를 비교해 보니 미어캣이 아니라 프레리독이더라고요.
처음에는 잘 안 보이다가 하나를 발견하면 그 주변에 멀리 안 가서 또 보이고 그래요. 눈이 트인다고 해야 할까요? 오동통한 엉덩이를 꼼질거리다가 자리 잡고 서서 망보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그리고 이 날은 숙원 사업이었던 '바이슨(버팔로)에게 길막 당하기를 드디어 달성했네요. 넓은 초원에 자유롭게 사는 바이슨 무리가 차도를 수시로 건너는데 운 좋게 타이밍이 딱 맞았습니다.
옐로우스톤에서 바이슨이 차를 쓸고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만 꼭 무리에 길 막혀서 못 움직이는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한 50여 마리가 모여서 길을 건너는데 멀리서 보고 서둘러 달려가서 가까스로 길막을 당했습니다. 무리가 거의 다 건너고 마지막에 한 대여섯 마리가 남았는데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출 수 있었네요. 하마터면 다 건너고 도착할 뻔했어요.
이 보호구역은 덴버에 붙어있습니다. 그 말인 즉, 덴버에 있는 숙소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구경을 했다는 뜻이죠. 오전에 동물 구경 실컷 하고 오후에는 또 열심히 달렸습니다. 휴가는 끝나가고 집으로 가는 길인데도 신나네요.
오랜만에 햄튼이 아닌 엠버시 스위트에 묵었습니다. 같은 힐튼 계열이거든요. 객실이 20개 넘는 큰 규모 호텔에 묵은 건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지 싶습니다. 규모가 크니까 수영장도 있고 식당도 크고 좋네요. 규모의 경제 만세.
아직 해가 남았는데 숙소를 잡은 건 집에 가기 싫어서가 아니고 애들이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예요. 평일 오후 호텔 수영장이라는 건 공짜 전세나 마찬가지네요.
그리고 기나긴 여정도 어느새 막바지라서 주행거리가 누적 6500km를 돌파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