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카빙에 도전하다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3월호 주제는 ‘도전’입니다.
와, 너무 예쁘다. 소중한 사람에게 이렇게 해 주면 정말 좋아하겠다.
몇 년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있는 전단지 하나를 발견했다. 과일카빙 원데이클래스라는 것이었다. 나는 알롤달록 화려한 사진에 마음을 뺏겼다. 온갖 과일을 예쁘게 조각해 놓았는데 흡사 예술 작품 같았다.
“우리 가족들에게 이렇게 해 주면 얼마나 행복해할까?”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과일카빙이라는 것은 도구를 이용해 과일을 예쁘게 조각한다는 의미였다. 방학이어서 시간 여유가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바로 연락을 하고 그날 참여하기로 했다. 강사님은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베테랑이셨다. 과일카빙과 강사님과의 만남은 나에게는 특별한 것이 되었다. 새롭고 신선한 취미와 특기를 갖고 싶었던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이왕 배우는 것 나도 과일플레이팅 마스터가 돼 보자!
오직 학교와 교육밖에 몰랐던 초등교사에게는 아주 색다른 새로운 도전이었다.
과일을 조각하는 일은 내 마음을 깎고 다듬는 일이다.
민간자격증이지만 실기를 봐야 하기에 결코 쉽지는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끊임없이 연습했다. 전용칼을 사용해야 해서 손에 익히기가 무척 어려웠다, 과일에 무늬를 내고 새기고 다듬는 일련의 과정이 흡사 내 마음을 깎고 다듬는 것과 같다고 느꼈다. 그 작업을 하는 동안은 온갖 잡념이 사라졌고 예쁜 색의 과일만큼이나 내 마음도 예뻐지길 소망했다. 한 작품을 만들어 낼 때마다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것에 또다시 자극을 받게 되었다.
가족은 나의 가장 큰 평가자이며 자극제였다.
“이걸 당신이 했다고? 대단한데?”
“엄마, 이렇게 먹으니까 훨씬 과일이 맛있는데요?”
“다음에는 멜론도 해 주세요.”
과일카빙을 배우는 일이 나에게는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일이 되었다.
연습이 거듭될수록 솜씨가 늘어서 시아버지 생신 날 오직 과일로만 만든 과일케이크를 만들어 갔는데 인기 만점이었다. 또 수박을 좋아하는 지인이 몸져누워 있을 때 수박카빙과 꽃을 섞어 바구니를 선물했는데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어 병이 나을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그들의 미소는 나에게 기쁨이 되어 돌아왔다.
난생 처음 도전해 보는 일이 내 인생 큰 기쁨이 되었다.
실기를 보러 가던 첫날 기억이 생생하다. 손을 얼마나 바들바들 떨었던지 하마터면 날카로운 칼에 찔릴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이게 사과인지 배인지 눈까지 헤롱헤롱 했다. 그러나, 꼭 해내겠다는 집념 아래 온 신경을 집중해서 임했고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나의 새로운 도전을 스승님은 물론 가족들이 매우 기뻐해 주었다.
과일카빙과 수박카빙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니 나에게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의 문이 열렸다.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플레이팅 대회였다. 여러 분야가 있었는데 나는 과일플레이팅 분야를 접수하고 스승님과 의논하며 작품을 구상했다. 필요한 과일을 선택하여 신선한 과일을 구입하고 다음날 드디어 4단으로 된 과일플레이팅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단 한단 완성할수록 행복이 밀려왔다.
‘오! 이건 예술이야, 예술’
속으로 외치며 마무리하고 나니 식은땀이 다 났다.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이 총망라된 작품이었기에 내게는 의미가 컸다. 여러가지 과일을 조화롭게 만드는 일은 마치 학교에서 반 아이들을 하나되게 하기 위한 노력과도 같았다. 수상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생각지 않게 금상을 받게 되었다. 대상만큼이나 내게는 큰 상이었다.
이제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도전하지 않았다면 결코 맛볼 수 없는 큰 기쁨으로 기억된다.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이지만 내 인생에 크나큰 힐링의 순간들이 많았다. 나의 정성만큼 받는 이들이 행복해할 때 그렇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새로운 도전은 삶의 무게 중심을 찾는 선물이다.
"도전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무게 중심을 찾게 하는 선물입니다. "
오프라윈프리가 한 명언이다.
도전이 선물이 되는 이 행복한 일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나의 취미는 과일을 사랑으로 조각하는 일이다.^^
과일카빙의 도전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경이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삶의 무게중심을 찾기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