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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완경! 놀라운 세상

by 로지 Feb 09. 2025

“그동안 당신 몸이 수고했지. 완경 파티하자!”

생각지도 않은 배우자의 제안으로 조촐한 완경 파티를 했다. 애 둘낳고 엄마로 아내로 수고한 내 몸을 위해. 2024년 여름, 난 걱정반 설렘반으로 완경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섰다. 


완경!

난 완경이란 언어가 주는 의미가 좋다. 인생에 ‘완주를 잘 끝냈다’는 뜻의.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폐경은 ‘닫다’는 부정적 의미로 여성성의 끝을 나타낸다. 

한편 완경은 여성으로서 의무와 역할을 잘 이뤄낸 긍정적 표현이다. 


언어가 주는 힘은 강하다. 

완경은 희망과 자부심을 갖게 한다. 완경은 인생의 과정을 잘 통과해 '완성했다 혹은 완성되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의 다음 단계를 기대하게 한다. 

반면 폐경이 주는 뉘앙스는 ‘여성은 생리를 하고 생산의 역할을 할 때만 여성성을 인정받는다’는 부정적 인식과 왜곡된 시선을 갖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완경을 대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완경의 증상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완경에 대한 관점과 인식에 따라 사회나 개인의 대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완경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완경에 적응하는 전반적인 태도를 좌우한다. 이런 태도는 완경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에이지즘이 강하다. 

젊고 아름다운 육체에 의미를 둬 '늙어가는 몸은 생식기능이 멈추고 성기능이 떨어져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는 부정적 시선이 만연하다. 

이런 현상은 여성들을 울적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이유 없는 피로감 의욕저하 불면증 무기력감을 갖게 한다. 이는 갱년기 이후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이런 부정적 시선에 길들여진 이들은 하나같이 갱년기가 오면 아프고 힘들어한다. 




“생리를 안 하는 여자는 여자도 아니지!”

우스개 소리로 남사친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 발끈한 내가 받아쳤다. 

“그럼, 너희들은 남자도 아니겠네?”

조용하다. 난 이미 촉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 중 반은 겨우겨우 버티거나 애초에 기능을 상실한걸. 반딧불이를 지나 도깨비불이 되었음을.  소문은 들었으나 보지는 못했다는. 


안타깝게도 완경이 오면 여성성을 잃는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어디 그뿐인가? 완경을 질병으로 보는 관점이 강하다. 갱년기로 몸이 하나씩 고장 나 아프고 쇠약해지며 빈껍데기인 육체만 남는다고 본다. 

정신적으로는 가정과 사회에서 역할 상실, 자아 정체성의 상실로 외롭고 허무한 시기로 규정한다. 빈 둥지증후군 또는 갱년기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약물과 호르몬대체 요법등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너도 나이 들어봐! 넌 아직 갱년기를 안 겪어서 그래!”

나보다 완경을 먼저 겪은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말한다. 

에스트로겐의 저하로 골다공증 위험에 피하지방은 늘고, 

관절 근육 질이 뻑뻑해져 통증이  생기고,  

배가 나오며 피부는 급격한 노화를 맞고, 

홍조와 함께 열과 화가 자주 나 밤에 잠을 설치고, 

그리고 감정적으로 컨트롤이 힘들고 우울하다고. 

그들은 하나같이 갱년기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인이 되어있다. 하물며 내 친정언니는 사는 게 너무 재미없고 삶의  의미를  상실해 죽고 싶다고도 했다. 주변에서 말하는 완경 후에 삶, 특히 갱년기에 오는 증상들에 대한 말들은 완경에 대해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갖게 한다. 




“너무 홀가분한 거 있지! 자유로워진 기분이야!”

“그래? 뭐가 좋은데?”

“일단 생리 안 하니 편하지. 생리대에서 해방되고, 냄새도 안 나고, 따로 생리주기 체크하며 목욕탕 가는 거나 운동을 미룰 필요도 없고. 사실 남편과의 섹스도 너무 편하고 자유로워졌어!”

완경 후 삶을 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즐기는 친구들이 말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완경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무심하기까지 하다. 그저 생리가 멈추니 편하고 자유로워졌다는 긍정적 시선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취미, 운동, 여행, 봉사, 경제활동, 종교 등 다양한 일들을 하며 바쁘게 산다. 


사실, 완경 후 인생은 자유와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생리가 멈춤과 동시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녀양육에서도 자유로워진다. 

홀가분해진 몸과 주부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삶을 즐길 수 있다. 본인에게 더 집중하며 시간과 열정을 쓸 수 있다. 삶을 더 둥글둥글하게 즐길 수 있다. 마음먹기 따라서 말이다. 


나의 경우, 완경이 왔을 때 ‘올 것이 왔구나’란 맘으로 편하게 받아들였다. 

특별할 것도 없었고 특별하게 몸이 변하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바쁘기도 했고 좀 둔한 면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증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완경이 되기 한 1년 동안 밤에 잘 때 땀이 많이 났다. 난 옥장판 때문이라 생각했다. 일 년 내내 땀이 났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참고로 난 여름에도 옥장판이 있어야 잔다. 벤쿠버의 여름밤은 싸늘하고 건조한지라. 

그리고 벌컥벌컥 성질도 냈다. 나만 모르고 있었지, 가족들이 최근까지도 말했다.

“여보, 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목소리를 높여?.”

“엄마, 왜 화내듯 말해?”

생각해 보면 잠도 좀 설쳤다. 그런데 난 걱정거리로 잠을 설친다 생각했다. 그즈음 회사에서 상사와 큰 갈등이 있었다. 어쨌든 바쁘다보니 완경 전후 증상들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별 탈 없이 지나온 것 같다. 지금은 땀도 나지 않고 잠도 잘 잔다. 딱 1년 정도 그런 증상들이 있었던 것 같다. 


“완경 후 질이 뻑뻑해지지는 않아?”

친구들에게 물었다. 매스컴이나 주변인들이 그럴 거라 하니. 

하지만 몇몇은 그렇다 하고, 몇몇은 그런 증상을 못 느낀다 했다. 

“부부관계는 어때요? 선배.

후배가 물었다. 

완경 이후, 나와 배우자의 부부관계는 더 자유롭고 깊어졌다. 고백컨데 40즘에 뜻하지 않은 임신과 유산을 경험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나와 배우자는 성생활에 늘 긴장과 걱정이 있었다. 완경 후엔 그런면에서 편하고 자유로워졌다. 전의 섹스가 패스트푸드 같았다면 지금은 건강하고 정성스러운 슬로푸드 같은 느낌이다. 더 여유 있고 상대를 배려하는 성생활이 가능해졌다. 




“완경!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이 열린다!”

완경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조금의 준비를 한다면 풍요로운 완경을 맞을 수 있다. 

물론 개인차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완경이 오기 전 몸과 마음의 준비를 잘한다면 인생의 2막을 즐길 수 있다. 

관점에 따라 완경이 어떤 이에게는 별문제가 아니고 어떤 이에게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 수 있다. 


자동차는 10년만 굴려도 부품이 하나씩 고장 나기 시작하는데, 하물며 몸을 30, 40 년을 굴렸는데 닳는 건 자연의 이치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우리 몸에 기름칠을 해주고 오일도 갈아주고 브레이크도 바꿔주고, 그럼 앞으로 50년은 너끈이 갈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성관계도 계속하는 것이 부부관계뿐 아니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 스스로 애쓴 내 몸에 감사하고 귀하게 대접하고 예뻐해줘야 한다. 

참고로 나 같은 경우는 완경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남은 인생 대충 때우다 가지, 얼마나 산다고 그렇게 애쓰고 살아!” 

이런 생각은 큰 착오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50! 이제야 겨우 인생의 본 게임에 들어서는 것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맞는 완경, 잘 준비해 슬기롭게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면 좋을 것 같다. 

근육은 특히 저축이 필요하다. 음식뿐 아니라 근력운동은 40대 이후부터는 남녀 모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행여라도 배우자, 자녀 혹은 다른이들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적극적으로 내가 내 몸을 챙겨야 한다. 우린 완경을 맞음으로 더 건강하고, 아름답고, 멋지게 본게임에서 제대로 실력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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