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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이불 Jul 30. 2024

프롤로그: 축구로 저질러 버린 1박 2일 런던 여행기

찍먹여행의 서막

오늘은 너무나 자랑을 하고 싶은데 제발 누가 나 좀 부러워해 줬으면 좋겠다. 지난번 발행한 글에 수줍게 고백한 취미가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 보기.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K와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우리 내후년에는 쏘니 경기 직관하러 가자.", "우리 내년에는 프리미어리그 직관하러 가자."


2024년 5월 14일, 드디어 런던으로 떠났다. 세계여행 중 이스탄불에 살면서 런던으로 마실 가는 내 인생. 정말 멋져 죽겠다. 언젠가 가족들과 대화를 하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 경기를 보고 싶을 때 훌쩍 떠나서 즐기고 올 수 있는 여유.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야."


엄마, 나 성공했나봐.


물론 현실은 가난한 세계여행자의 런던여행이 되겠다. 오매불망 축구 경기만 생각하며 저질러 버린 이번 여행에는 3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환율이 1,740원이다. 5파운드 하면 숫자가 귀여워 보이는데 9천원에 육박하는 숫자다. 정신 똑바로 차리기로 해. 택시 타자 그러고, 브런치니 뭐니, 애프터눈 티세트니 뭐니 그런 소리 하지 않기로 해.


둘째, 우리는 느림보 여행객이다. 한 도시에 최소 한 달씩 머물고, 대부분 집에서 일하며 동네 산책을 하고, 관광을 다닐 때는 계획보다는 무작정 걷는 스타일이다. 물론 루브르, 콜로세움과 같은 관광지도 열심히 다니지만 한 번에 명소 하나면 충분하고, 한 달 동안 다 가지 못한들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느긋하게 커피나 마시는 여행은 안되겠다. 무려 첫 런던인 데다가 앞으로 언제 런던에서 한달살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단 말이다(첫 번째 문제 참조).


셋째, 경기가 연기됐는데 하필 튀르키예에서 이탈리아로 이사하기 3일 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박 2일밖에 없다. 비싼 도시라서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 이사 때문에 그래요. 진짜예요. 정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완전 찍먹여행이다. 꽉 찬 1박 2일 동안 최대한 관광지를 훑어보기로 했다. 그 와중에 제일 중요한 축구 경기도 봐야 하고.


우리..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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