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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이불 Aug 02. 2024

티켓 예매, 그리고 지옥의 스케줄

미션 임파서블을 완수하라.

토트넘 홈경기를 보고 싶은데 한껏 욕심을 부려 상대팀이 맨시티였으면 했다. 로드리, 데 브라이너, 홀란, 필 포든, 실바가 있는데 감독이 무려 펩인 맨시티와 쏘니가 뛰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면. 그래서 2024년이어야 했다. 겨울 내내 동남아에 있었으니 런던이 너무 멀고, 유럽에 머물 때쯤이면 시즌이 끝났을 테니 우리에게 주어진 날은 이스탄불에서 머무는 4-5월이었다. 마침 4월 20일에 토트넘 vs 맨시티 경기가 있었다. 근데 경기가 있으면 뭐하나. 당연히 전석 매진이었고, 매일 의식을 치르듯 새로고침을 눌러보지만 연석은커녕 한자리 구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잔뜩 장을 보고 오던 길에 습관처럼 토트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새로고침. 새로고침. 엇?? 갑자기 1층에 자리 2개가..?? 현실감이 없어 잠시 망설인 탓에 누군가 자리를 채갔다. '제발 취소해, 제발 취소해.' 쨍한 날씨 덕분인지 긴장감 탓인지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2-3분쯤 지났을까. 다시 자리가 났다. 지나가던 놀이터 옆에 멈춰 서서 달달달 떨리는 손으로 재빨리 장바구니에 좌석을 넣었다. 와, 폭탄제거신에 버금가는 긴장감이었다. 정말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분 내에 결제를 해야 한다. 하도 자리가 나지 않아서 올해 경기를 포기하려던 참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결정을 위해 K에게 연락을 했다. 화장실에서 급한 결정을 내려준 그에게 감사 말씀 전한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런던여행을 간 김에 축구를 보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축구 투어를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도 아니고. 이스탄불에서 2개월째 살다가 이탈리아로 넘어가기 3일 전에 런던을 들른다고? 내가 축구를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내 인생이 이렇게 재밌다고? 얼마나 신이 났는지 세상이, 인생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단숨에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했다. 새벽 4시 30분 비행이니 새벽에 돌아다니지 않으려면 저녁에 미리 공항에 가 있어야 한다(우린 느림보인데 겁도 무지 많다). 그렇다면 공항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하며 밤을 지새워야 한다. 자, 우리의 최종 스케줄은 이러하다.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 비행기를 탄 후 아침부터 런던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다가 도심에서 50분 걸리는 토트넘으로 넘어가서 저녁 경기를 보고 다음날 나머지 관광을 하고 밤 비행기로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짐을 싸고 다음날 이탈리아에 가야 한다. 아하하하하하.. 현실판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따로 없네. 어쩔 수 있나. 난 축구를 이렇게나 좋아하고, 내 인생은 이렇게나 재밌는데. 체력을 키워보자며 급하게 플랭크와 팔굽혀펴기를 해본다.


가자, 런던으로.


역시.. 심상치 않은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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