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은 왜 화를 내지 않으세요?
수술실의 평온을 지키는 의사로 산다는 것
많은 의사들이 수술 중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실수로 인해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수술실에서 긴장과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모든 직원이 그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전공의 시절, 그런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실력의 부족을 남에게 화로 전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그래서 스스로 다짐했다. 내 감정이 수술실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자고.
수술실에서 나는 기분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심지어 수술 중 직원들과 잡담이나 노래 듣기 마저 피한다. 왜냐하면 의사의 감정이 수술실 전체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평소 유쾌한 대화를 나누던 내가 조용히 있으면, 직원들은 불안해하며 눈치를 보기 시작할 것이다. 반대로 내가 지나치게 기분이 좋은 날에는 직원들 역시 긴장이 풀려 실수할 위험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내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수술실에서는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으며, 항상 동일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날의 컨디션과 감정 상태를 철저히 숨기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수술실의 안정과 일관성을 지키는 방법이다.
니체는 초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존재를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감정을 통제하고 그 위에 서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수술실에서만큼은 이러한 철학을 실천하려 한다. 자유란,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억제된 감정이 무의식 속에 축적되어 폭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의사로서의 감정을 억누르지만, 이를 내부에서 소화하고 해소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수술실 밖에서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며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다.
수술실은 마치 작은 사회와 같다.
리더인 의사가 흔들리면 전체 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리더로서 늘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내게 필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행동과 감정의 절제다. 그것이 직원과 환자에게 주는 신뢰의 시작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