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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터널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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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십리 Dec 31. 2024

터널 - 접선 1

08. 접선 1

08. 접선 1   


       

은비 엄마는 은비를 찾으러 학교로 달려갔다. 교실마다 문을 열고 딸 이름을 외쳤다. 수업 중이던 교사들이 그녀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썼다.

은비 어머니 은비는 곧 돌아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다 낯 설은 아이들 가운데에 은비의 친구를 발견하고 달려들어 붙들고 물었다.

“우리 은비 못 봤니? 우리 은비 어디 있니?”

“예? 은비 조금 전에 운동장에서 봤는데요! 그 아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운동장! 그녀는 창밖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은비야! 은비야!” 그녀는 친구와 놀고 있는 은비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소리쳐 불렀다. 엄마를 발견한 은비도 손을 흔들며 엄마를 향해 교실로 뛰었다. ‘아! 우리 딸이 무사했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 모든 고통과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그녀는 뛸 듯이 기뻤다. 그녀는 계단을 찾아서 뛰어 내려갔다. 그러나 허겁지겁 운동장까지 내려왔는데 은비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2층을 올려보니 은비가 그곳에서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 “은비야! 거기에 가만히 있어! 엄마가 올라갈 테니, 내려오지 말고 그곳에 꼼짝하지 말고 있어.” 그녀는 다시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내려올 때 못 만났는데 어떻게 올라갔지?’ 그러나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도착했으나 은비가 또 보이지 않는다. 창밖을 보니 은비가 어느새 정문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은비야! 은비야! 엄마 여기 있어! 거기 서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쉬어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급히 뛰어 내려가 은비의 뒤를 쫓으며 은비를 불렀다. 정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은비가 뒤를 돌아 엄마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사라졌다.

은비야! 은비야! 가지 마! 제발 돌아와!”

정현이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겨우 잠든 아내의 잠꼬대를 계속 듣고 있자니 아내의 처절한 마음과 함께 자신이 지금 엄청난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은비 엄마는 이제까지 모든 것이 어쩌면 꿈이었는지 모른다는 기대와 아니면 어디까지가 꿈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곧 자신이 여전히 최악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절망했다.   

  

“당신이 이런 상태로 그놈을 만날 수 있겠어? 그놈은 단지 돈이 목적이니 내가 가서 만나겠소. 당신이 아파서 내가 대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면 그놈들도 이해하겠지.”

“아니에요, 그들이 남자가 나온 것을 보면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요. 일 그르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합시다.”

은비 엄마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딸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지금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다.’ 범인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그것으로 하루빨리 이 악몽에서 벋어나고 싶었다.      

한편 임 반장은 CCTV를 검색한 결과보고를 받았지만, 아직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호텔 앞 공중전화는 직접 비추는 것이 없어 인근 CCTV를 모두 조사했지만, 행인이 너무 많아 아직 특정하기가 어렵고, 학교 앞 차량 행적도 멀리 가지 않아 끊겨 반경을 확대하여 찾는 중이었다.

“자네들은 오늘 현장에 가서 빠트린 CCTV가 없나 더 확인하고 반경도 더 넓혀서 몇 번이고 뭐가 나올 때까지 계속 들여다보란 말이야.” 임 반장도 특정 제보나 탐문 결과가 없는 경우에 매달릴 것은 CCTV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수사본부는 많은 수사 진들로 북적거렸지만 이렇다 할 단서가 나오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오늘 범인과 접선에 대비한 작전에 들어갔다.

은비 엄마가 조금 일찍 출발할 거야. 첫째 조는 은비 집 근처에 미리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은비 엄마 차가 10시 반에 출발하면 따라붙는다, 가다가 고속도로 입구에서 다음 조에게 인계하고 곧장 국도로 여주 휴게소에 가서 두 명은 주차장 부근에서 한 명은 차에 남아 지시를 기다리도록 한다, 둘째 조는 은비 엄마 차를 계속 미행하다가 여주 휴게소 주차장에서 내리지 말고 은비 엄마를 놓치지 않도록 주시하고,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중에 수상한 자가 있는지 살피며 대기하고 있도록 한다, 그리고 범인이 고속도로로 달아날 가능성이 있어 청에 헬기를 대기시켜 놓았으니 누구든지 범인 차량이 특정되면 본부로 연락하여 공중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나는 박 형사하고 바로 접선 장소에 가서 미리 현장을 파악하고 있겠다. 범인은 대범하고 보통이 아니야? 이번에 놓치면 정말 어려워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각자 장비 잘 챙기고 정신 바짝 차리고, 실수하면 안 된다, 미행 시 너무 붙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고.”   

  

그녀는 남편이 뒤 좌석에 숨어 같이 가겠다는 제안도 거절하고, 형사들도 절대로 따라오면 안 된다며 남편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래 경찰에게는 이야기했으니 아무도 따라가는 사람 없어. 그러니까 운전 조심하고 응급상황이 생기면 바로 내게 먼저 전화를 하라고.” 그는 거짓말로 아내를 안심시킨 뒤 안타까운 마음에 아내의 두 손을 잡으며 부디 오늘 모든 것이 잘되기만을 빌었다.     

그녀는 돈만 건네면 바로 딸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은비를 데리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은비야! 조금만 기다려, 지금 엄마가 가고 있다.’

그녀가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휴게소는 점심때라 사람과 차들이 많았다. 그녀는 범인이 말한 주차장 중앙에 차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봤다.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는 사람들, 그녀는 마치 혼자 낚시에 걸려 수면 위로 대롱거리며 떠오른 물고기 같은 심정이었다. ‘왜 하필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해외 나가서 놀고 온 것이 이토록 큰 죄란 말인가.’ 그녀는 문뜩 어젯밤 꿈이 생각났다. ‘왜? 엄마가 그렇게 불렀는데 뒤돌아보고는 그냥 사라졌지? 그때 분명히 딸의 얼굴을 봤는데 왜 표정이 생각나지 않지?’ 그녀는 무슨 불길한 징조는 아닌지 걱정이 들었으나 애써 고개를 흔들어 떨쳐 냈다. 

힘주어 전화기를 움켜쥔 그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에 다리가 부들거렸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속이 아리고 눈앞이 침침해지는 것이 자칫 쓰러지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아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초조함에 차 옆에 서서 범인이 자신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주위를 둘러보았다. 금방 은비가 엄마를 외치며 달려올 것 같았다.

이때 그녀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보였다. 수상한 승용차 한 대가 후진으로 구르듯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급히 차에 올라타 가방을 안고 그 차를 주시했다. 주위에서 잠복 중인 형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차는 스르륵 굴러와 그녀의 차 옆에 멈추어 섰지만 짙은 선팅으로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그 차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녀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려 깜짝 놀랐다.

“여보세요!” 

“잘 도착하셨나요? 그런데 어쩌자고 형사들을 데리고 오셨습니까.”

“뭐라고요?”

“오늘 약속은 깨진 것입니다. 실망했습니다, 돌아가세요.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아니!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 이야기하신 데로 혼자 왔습니다. 돈도 준비 다 되어있습니다.”

“안 보이세요, 주차장 주위를 보세요. 차 속에 앉아있는 형사들이 안 보이세요?”

“아닙니다. 분명히 저 혼자 왔습니다. 제발 믿어 주세요, 제가 몸이 아파 못 나올 형편인데 당신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죽기 살기로 나왔습니다.” 그녀는 이 고통을 더 이상 끌고 갈 자신이 없어 오늘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예! 그럼,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나기는 너무 위험하니 장소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돈은 잘 갖고 계십니까?”

“예! 돈은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이제 어떻게 해요? 제발 우리 아기는 어디에 있나요?”

은비는 잘 있으니 염려 마시고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으셔야 은비가 빨리 집에 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30분 안에 그러니까 정각 3시까지 원주까지 가세요.” 

“원주요?” 

“예! 곧장 가셔서 원주 톨게이트를 나오면 바로 사거리가 나옵니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검은 승용차가 길옆에 서 있으니 그 뒤에 차를 세우시고 차 안에 앉아있으세요. 그곳에서 돈을 무사히 건너 받으면 바로 은비가 있는 장소를 알려 주겠습니다. 절대로 경찰에 연락하시면 안 되는 것 아시지요. 시간이 빠듯하니 서두르세요.” 그러면서 전화는 끊어지고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 바로 원주를 향해 출발했다. 

형사들은 그 정체불명의 차량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 차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난감했다. 그때 수사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반장님! 지금 범인이 그 휴게소에서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인하고 방금 통화를 했는데 그곳을 잘 수색해 보세요.” 은비 엄마가 주차장을 떠나는 것을 보고 임 반장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저 의문의 차량도 조사해야 하고 방금 떠난 은비 엄마 뒤도 계속 추적해야 했다. 형사 한 사람을 현장에 남아있도록 하여 그 차량과 주차장을 조사하게 한 후 임 반장과 형사 한 사람은 그녀의 차를 계속 쫓으면서 주위를 살폈다.

“이상하다, 범인이 이곳에 있다면 분명히 은비 엄마 차를 뒤따라 나갈 텐데 왜 안 보이지? 우리의 미행을 눈치챈 것 아닐까?”

“굳이 차를 따라가겠어요, 제2 장소를 약속해서 그곳에서 만나면 되지요?”

원주로 향하면서 은비 엄마는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당황하여 남편에게 사실을 알렸다.

“지금 형사들이 따라왔다고 장소를 원주 톨게이트로 변경하여 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어요. 2시까지 가야 하니 그때 다시 전화할게요.”

정현이와 같이 있던 형사로부터 이 내용을 전해 들은 임 반장은 국도에 대기하고 있는 팀원에게 급히 원주 톨게이트로 이동하고 주차장에 있는 형사들에게는 그곳 조사를 빨리 마치고 고속도로 반대편 방향으로 이동하여 길옆에 숨어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범인이 고속도로상에서 돈을 도로 반대 방향에서 건네받아 역방향으로 도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편 현장에 남은 형사는 조심스럽게 의문의 차량에 접근하여 내부를 살폈지만, 차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차를 지금 수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이 바쁜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들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고 의문의 차도 겉으로는 당장 혐의점을 찾아낼 수가 없자 그 차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과학수사대에 현장을 넘긴 후 임 반장의 지시를 따라 이동했다.

한참을 원주를 향해 달리고 있는 은비 엄마의 전화가 다시 울렸다.

은비 어머니 터널 아직 안 지났죠, 조금만 가시면 곧 마치 터널이 나올 것입니다. 그럼 터널을 지나자마자 오른편 난간에 노랑 깃발이 보일 텐데 그 옆 공간에 차를 대시고 돈 가방을 난간 밖 아래로 던지세요. 그러면 우리가 돈을 받아 확인하고 바로 은비 있는 곳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범인들을 만나지 않고도 곧 은비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과연 마치 터널이 나타났고 터널을 지나자 오른쪽 멀리 노란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깃발 옆에 차를 세운 후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고 그곳이 고가도로라는 것을 알았다. 아래를 지나는 도로에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가방을 꺼내 힘겹게 난간 너머로 밀어 떨어트렸다. 그러자 수직으로 낙하하던 가방은 계곡의 바람에 밀려 옆으로 벗어나 비탈 면에 부딪힌 후 떨어지는 바람에 가방의 자크가 벌어지면서 일부 돈뭉치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비탈면에 흩어졌다. 이때 다리 밑에서 범인이 뛰어나와 바닥에 떨어진 가방 속에 남은 돈만 확인한 채, 들고 다리 밑으로 사라졌고 뿌려진 돈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흩어졌다. 이 장면을 위에서 지켜보던 그녀는 돈이 온전하게 전해지지 못한 상황에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 임 반장은 은비 엄마 차가 도로변에서 돈 가방을 떨어트리는 것을 보고 지나쳐 100m 전방에 차를 세웠다. 반장은 그녀에게 달려갔고 형사는 아래를 내려다봤으나 밑에는 아무것도 보인 것이 없었고 다리 아래로 내려갈 방법을 찾아봤으나 그마저 불가능했다. 다리 밑에 반대편으로 도주한 범인의 차량도 보지 못했다. 그는 국도상에 원주로 향하고 있는 대원에게 급히 그곳으로 오도록 한 후에 범인이 사라진 방향을 쫓도록 하였다.


한편 과학수사팀은 조심스럽게 휴게소 주차장 그 의문의 차량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차량을 강제로 개방하자 내부에는 어린아이 장난감을 비롯하여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고 뒤 트렁크에서는 큰 여행용 가방이 들어있었다. 한참 지문조사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웬 젊은 부부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이거 내 차인데 무슨 일입니까?” 식사하고 나와보니 차가 없어져 한참을 찾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주차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고 내리는 바람에 눈에 보이지 않은 경사를 타고 차가 그곳까지 우연히 굴러온 것이다. ‘참 일이 안 되려고 하니 별일이 다 생겨서 수사에 혼선만 가져왔네.’ 그렇게 그 일은 어처구니없이 끝났고 임 반장은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범인이 요구한 돈은 절반만 건네졌고 은비는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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