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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십리 Jan 02. 2025

터널 - 수사 1

09. 수사 1


09. 수사 1 


         

“우리 은비는 어떻게 된 거야! 이놈은 왜 전화가 없는 거야? 왜 경찰은 따라가서 돈도 다 못 가져가게 한 거야!” 애꿎은 정현이만 원망하던 은비 엄마는 다시 들어 누었고, 조용한 전화기 옆에서 밤새 대기하던 정현이와 수사팀은 말이 없었다. 어이없게 작전에 실패한 수사반은 사색이 되었다. 그토록 자신 있게 생각했다가 범인 심기만 건드려 자칫 어린아이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게 한 책임까지 감당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었다. 경찰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코가 석 자나 빠진 임 반장은 촌각에 달린 아이의 목숨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범인의 녹음된 목소리는 목을 손으로 눌러 변조시킨 듯하지만 원 목소리로 복원이 불가하다는 국립과학 연구소 답변을 받은 임 반장은 추가로 휴게소와 고속도로 주변의 CCTV와 통화기록은 물론 돈을 받아 원주 쪽으로 달아난 차의 행적을 조사하도록 하는 한편, 범인의 특성을 정리해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범인은 멀리 있지 않다는 판단하에 일단 은비 부모의 주변과 회사와 관련한 원한 관계 특히 전 운전기사 양종철과 은혜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철저한 탐문을 강조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범인이 은비 엄마 해외 나갔다 들어오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에 수사력을 집중하여 가정과 회사에서 그런 정보에 가까운 사람부터 다시 만나 보도록 했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했던 양종철은 회사를 나간 뒤 주거지 주소 이전을 하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춰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없어 난관에 부딪혔다. 

부랴부랴 형사들은 회사사무실에 들어서자 준호부터 찾았다. 

“죄송합니다, 사장님이 회사에 대한 자세한 것은 전무님께 물어보라고 하셔서 찾아왔습니다.” 젊은 형사 두 사람은 며칠 전 정현이 집에서 본 사람들이었다.

“예 그래요, 수고 많으십니다.”

“먼저 전무님은 이곳에 근무하신 지 얼마나 되었나요?”

“그러니까 나는 이 회사 황 사장이 취임할 때부터이니까 거의 15년이 된 것 같소.”

“그럼 회사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겠네요, 그런데 양종철 이 사람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폭력과 사기 전과가 있었는데 모르셨어요?”

“예? 그래요? 인상이 유순해 보여 상상도 못 했는데요.” 준호는 아연실색했다.

“2년 살고 나온 사람입니다. 거처도 일정하지 않으면서도 사건 발생하기 전에 서류 발급받으러 회사에도 들렸다는데, 그때 옛날 동료들을 만나 회사 내부 사정도 듣고 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소재가 아직 파악 안 되고 있는데 혹시 알아볼 만한 방법이 없나요. 전화번호도 바뀐 것 같은데.”

“그만둔 지가 오래되어 우리가 드린 자료 외에는 저희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것은 그렇고 지난번에 생각해 보고 말해주신다고 했는데, 양종철 기사 건 외에 다른 회사직원이나 거래업체와의 마찰이라든지 문제가 발생한 일은 없었나요?”

“회사와 특별히 마찰이라고 할 만한 것보다는 우리 생각에 다음 떠오르는 일은 몇 달 전 사장님 차의 교통사고가 있었는데 다친 아이의 아빠와 사고처리가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았던 건입니다. 서로 감정 대립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 김 기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빠를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것도 중요한 정보가 되겠습니다. 그 외에 특히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갈등을 빚은 일은 전혀 없었나요?”

“그거야 왜 그런 일이 전혀 없겠소만 이번 일에 연관될 정도의 일들은 아니지요.”

“좀 자세히 말씀 좀 해 주시죠.”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도 있고 자재를 납품한 회사와 하자 관계로 다툼이 있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료는 별도로 제출하겠고 그 외 사장님 개인적인 부분은 나도 알 수 없으니 직접 여쭤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구현이와 영선의 이야기는 괜히 그들을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형사들은 의외로 내용이 많지 않아 실망하는 눈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단서가 될 수 있으니 더 생각나시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사소한 일이라면, 사건이 나기 열흘 전 즈음에 회사로 이상한 전화가 몇 번 왔었다고 합니다, 총무부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본인 신원도 밝히지 않은 어떤 남자가 대뜸 명절 선물을 보낸다고 사장님 집 주소를 물어보길래 알려 줄 수 없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사장님과 직접 통화하겠다고 바꿔 달라고 하여 거절했더니 심한 폭언과 함께 두고 보자는 협박을 하더랍니다.”

“몇 번이나 그런 전화가 왔었나요?”

“두 번 온 뒤로는 없었답니다.”

“그 외에 최근 회사에 이상한 낌세 같은 것은 못 느끼셨나요?”

“예! 더 특별한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사항이라서 재차 확인해야 하는데요, 사장님 부인의 여행 수속까지 회사에서 관리하나요?”

“예! 해외 나가는 일은 회사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누가 그 일을 하고 또 그 내용을 일반 직원들도 알 수 있습니까?”

“아! 그것은 출장 담당하는 총무부에서 하는데, 업무상으로 관련된 임직원은 알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사내 운전기사들은 쉬는 시간에 서로 모여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는 것으로 봐서 그들은 아마 다 알고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저희가 만나는 사람에게 모두 물어봐야 하는 사항입니다. 이해하시고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무님은 그날 하루 행적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보통 8시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결재와 회의자료 검토하고 이후로 사장님하고 같이 점심 식사한 후에 소식을 듣고 계속 사건 현장과 사장님 집에 같이 있었지요.”

“감사합니다. 또 문의 사항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나도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이번 휴게소에서 범인 체포에 실패 한 이유가 뭐고, 또 아이 안전에는 어떤 변수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나요?”

“저희도 전반적인 사항은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완벽하게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은비의 안전을 우선 생각하다 보니 가족들과 호흡도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단 돈이 일부지만 전해진 상태이므로 은비의 안전에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보고 있지요. 물론 범인이 더 이상 연락을 취하고 있지 않아 염려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고 이제 저희는 총무부 담당자와 운전기사를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기사는 아직도 얼이 빠진 듯 형사의 질문에 횡설수설했다.

“아침에 은비 등교시킬 때 특별한 느낌은 없었습니까?”

“모르겠어요, 8시까지 학교 앞에 내려주고 바로 사장님 모시러 댁으로 갔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그리고 김 기사님이 그날 했던 일들을 말씀해 주세요.”

“계속 사장님하고 같이 있다가 아이 하교 시간이 돼서 학교에 갔던 것입니다.”

“사장님하고 같이 있었다고요?”

“아니, 회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요.”

“그럼 회사 내 어디에서 대기했고 대기시간에는 뭘 하십니까?”

“그야 총무과 대기실이죠, 일지도 작성하고 주로 기사들과 이야기하며 지냈죠.”

“그럼 9시에 사장님 모셔다 드리고 은비 하교 시간까지 계속 대기실에 있었다는 거죠? 그 사이 회사를 떠난 일은 없었나요?”

“예! 그렇습니다.” 형사는 김 기사의 흔들리는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기사들과 대화 중에 은비 엄마 해외 나간 이야기도 했었나요?”

“아마 했던 것 같습니다. 주로 하루의 일과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니까 사모님 공항에 모시러 가야 하는 이야기들을 했던 같습니다.”

“그럼! 기사분들이 사모님이 해외 나간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그때 기사분 누구누구와 이야기했는지 기억나세요.”

“정확하지는 않은데 그 시간에 아마 기사들이 다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최근에 사장님 차가 운행 중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던데 내용 좀 말해주세요?”

“몇 달 전에 어린아이 교통사고가 있었는데 아이 아빠가 사고처리 결과에 불만을 품은 체 마무리된 일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그리고 상대방 인적사항에 대한 자료들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지요?”

“경찰서에 자세히 알아볼 수 있어요, 여기 날짜와 관할 경찰서 접수 번호가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그 외에 사장님 사적인 문제로 참고할 내용은 없나요.”

“그런 것은 운전만 하는 제가 알 수는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사장님하고 제일 밀접한 관계인데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형사들은 머뭇거리는 김 기사의 표정을 보고 채근했다.

“이것은 제가 이야기했다고 하시면 안 되는데, 금 년에 회사를 강제로 퇴직한 사람이 있습니다만, 황 부장이라고 사장님의 동생 되는 사람인데 회사에서 말썽을 부려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도 사장과 영선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못했다.     

형사들이 회사 내의 탐문을 마치고 나니 벌써 퇴근 시간이 되어 직원들이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형사들은 나오면서 마지막 정문에 들려 경비원을 찾았다.

“그날 정문 경비 보셨던 분이시죠?”

“예! 그날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근무하십니까?”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입니다.”

“그럼 여기에 직원들 출입 기록도 있나요?”

“직원들 출입 기록은 하지 않고 차량 출입 기록은 있습니다.” 그들은 차량 출입 기록에서 당일 오전에 사장의 차가 한차례 나갔다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 몇 시간 전에 그날 오전에 대기실에 있었다는 김 기사의 진술 내용과 배치되는 것으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그리고 여기 CCTV 자료도 전부 제출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사 승인받고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영수는 마당에 물기도 없이 썰렁한 세차장을 혼자 지키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찾아온 형사들이 좁은 사무실로 몰아닥치자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요즘 영업은 잘 되십니까?” 형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보시다시피 이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들은 교통사고와 납치사건의 연관성에 대하여 캐묻기 시작했다.

“몇 달 전에 발생한 아들의 교통사고 건은 잘 해결됐습니까?” 

“아! 그거 말이죠, 돈 있는 자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습니까, 믿었던 수사결과도 무혐의로 처리되는 바람에 민사소송 길도 막혀 지금 막막합니다.”

“다친 아들은 지금 괜찮나요?” 아들 이야기에 그는 더욱 침울해졌다. 

“재활치료는 열심히 받고 있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더디고 치료비가 많이 들어 어렵지요.” 

“그런데 가해자 측이 공탁한 합의금이 있던데 왜 그것은 찾지 않으신 거요?”

“그것이 몇 푼이나 된다고, 자존심 상해서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혹시 그 일로 재조사 나오신 것입니까?” 그는 눈을 반짝이며 형사를 쳐다보았다.

“아! 그 건은 이미 확정되어 다시 수사할 수는 없고, 우리가 온 것은 그 회사 사장의 아이가 지난주에 납치되어 지금 수사 중입니다.”

“…공교롭게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의외로 그의 표정은 무덤덤했었다. 

“그럼, 그 치료비는 어떻게 마련하고 있습니까?”

“그거야 치료비는 보험회사에서 나오고, 나머지는 그동안 벌어놓은 것 까먹고 있지요.”

“걱정 많이 되시겠습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사장님 어디에 있었습니까?”

“아침 정시에 출근하여 온종일 세차장에서 일했지요. 점심도 집에서 싸워온 도시락으로 사무실에서 했어요. 그날은 차도 많이 들어와 퇴근 때까지 밖으로 나간 적이 없습니다.”

“그날 세차한 차들 리스트 있지요? 좀 볼 수 있나요?” 형사는 장부를 뒤져 일일이 차종과 차량 번호를 메모했다.

“그럼 직원은 누가 있었습니까?”

“우리는 별도로 직원은 없고, 일손이 부족하면 집사람과 둘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9월 2일에 태광산업에 전화하여 그 회사 사장 집 주소 물어본 적이 있었죠?” 

“예?” 영수의 눈이 커지며 불만스러운 표정이 사라졌다.

“다 알고 왔습니다. 왜, 사장 집 주소를 알려고 했는지 바른대로 이야기해 주세요.”

그는 머뭇거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계속 운전기사나 보험사 직원만 보내서 무마하려고 하고, 경찰은 법만 따지며 귀찮아하고, 하여 사장에게 찾아가 인간적으로 호소나 해볼까 했었던 것이었는데, 포기하고 말았지요, 그게 전부입니다.” 

“그럼 이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가요?”

“받아들이기보다 지금 별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그런데 실종된 아이가 몇 살이나 됩니까? 사내아이인가요?”

“일곱 살 여자아이입니다, 그것은 왜 물어보세요?”

“우리 아이도 그 또래인데, 우리 아이에게 그 짓을 해놓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다 그들의 인과응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반성 많이 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의 분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형편이 어렵다면서 공탁금도 받지 않고, 지금도 감정을 가지고 태광 사장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한 점으로 볼 때 충분히 범행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형사들은 영수의 당일 알리바이와 세차 차량에 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준호는 오후에 임 반장의 요청으로 수사본부를 방문하여 형사들과 함께 CCTV 검색작업에 같이 참여했다.

“혹시 아는 사람이 보이면 이야기하세요.” 

휴게소 주차장 주위, 공중전화 인근 및 시당 내부 등 모든 CCTV를 돌려 보았지만, 사람이 많을뿐더러 카메라 피사체 거리가 너무 멀어 얼굴을 식별하거나 특별히 눈에 띄는 장면은 찾을 수가 없었다. 

“곰탕 좋아하세요? 앞으로 두 시간은 쉽게 더 걸릴 것 같으니 식사하고 하시지요.” 형사의 말에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식사하면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이 다 지나가도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휴게소에서 조 형사가 받아온 주차 차량 블랙박스 영상도 있었지, 전무님! 미안하지만 이것마저 같이 확인해 주세요.” 형사는 화급히 메모리칩을 찾아 돌리기 시작했다.

“잠깐 만요!” 주차된 차량에서 가져온 두 번째 블랙박스 영상을 돌리던 중 준호가 화면을 멈추게 했다.

“뒤로 조금만 돌려보세요, 됐어요, 정지!…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이며 차 옆을 지나가는 저 사람, 화면을 크게 확대해 보세요. 어디서 본 사람 같은데.” 준호는 화면에 나타난 사람이 분명히 낯은 익은데 누군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시간 때를 보니 은비 엄마가 있던 시간과 일치 함을 알았다.

“전무님! 아직도 생각이 안 나세요?” 형사가 조급함에 채근했다.

“맞아! 성진공업 권수길 사장 같은데! 저 사람 왜 저 시간에 저기에 있지?” 준호는 소름이 돋았다.

“그래요? 뭐 하는 사람입니까?” 임 반장이 반색하며 스크린 쪽으로 몸을 향했다. 

“화면이 선명치 않아 100% 확실하지는 않지만 몇 년 전에 우리 회사와 거래했었던 업체의 사장 같습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었지요. 우리 회사와 납품거래에 다툼이 있었다는 회사 말입니다.”

그러나 좀 더 확인하려 했지만, 그는 바로 영상 속에서 사라져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이봐! 이 형사! 성진공업 권수길 탐문 조사 한 자료 좀 가지고 와봐!” 임 반장은 다급히 소리쳤다. 

“그게 말입니다, 좀 문제가 있어 아직 그 사람을 못 만났습니다.” 이 형사가 난색을 나타내며 대답했다.

“권수길의 회사 주소지로 찾아갔는데 이미 회사가 오래전에 문을 닫아 돌아왔고, 봉천동 주택가에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마침 집에는 아무도 없어 만나질 못했습니다. 그 사람 전화로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계속 전화기가 꺼져있는 바람에 지금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집 앞에 기다려서라도 만났어야지, 그러고 있으면 어떡하나? 빨리 그 사람 소재 파악해서 집중으로 조사하도록 해!”  

    

이제 사십 대 나이의 성진공업 권 사장은 태광산업의 협력업체로서 2년 전에 납품한 자재에 문제가 발생했었다.

“승인받은 샘플로 제작하여 납품한 것으로 이것은 우리 잘못이 아닙니다.”

“아니! 누가 승인했다고 그러세요, 승인 서류를 내놓으세요. 그리고 아무리 승인이 되었다 해도 우리가 제시한 시방하고 맞지 않으면 그것은 계약 위반으로 당신들이 책임져야지요.”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그때 황 부장님한테 승인받고 제작에 들어간 것입니다. 황 부장님에게 물어보세요.” 그는 구현이를 물고 늘어졌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당신들이 성분분석과 시험성적서를 같이 제출하여 서류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외관에 대한 것만 구두로 받은 것 아닙니까? 제품이 몇 번 만 돌리면 금이 발생하여 작업할 수가 없는데 우리는 영업 손실까지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그 일로 구현이는 비리가 발각되어 회사를 떠나야 했고,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 권수길은 한 푼도 결재를 받지 못해 결국 공장은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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