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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 파국

23. 파국

by 왕십리


11월 22일

요즘 남편 얼굴 보기가 힘들다. 저녁은 직장에서 해결하고 야근할 때도 많으며 심지어 휴일 근무도 잦은 것이 회사에 일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면서 힘들다며 이민 이야기를 자주 꺼내지만, 그 소리는 미경의 귓전에도 울리지 않았다.

미경용우를 유치원에 들여보내 놓고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만지작거렸다. 동해를 다녀온 후 한참 재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했다.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긴 신호음만 울리고 응답이 없다. 부재중 전화 기록이 있으니 곧 응답이 오리라 했지 만 하루가 다 지나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녀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녀의 궁금함은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뭐지? 이 상황은?' 그는 다시 걸어봤으나 소용없었다. 오늘 수없이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두 가지 경우다. 전화기를 분실하여 받을 수 없거나 두 번째는 무슨 사정으로 인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있었나? 지난번 동해를 다녀왔던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을까? 그래서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일까?' 그녀는 불안하고 답답함에 눈물이 났다. 대답 없는 그가 한없이 야속하여 잠을 잘 수가 없었다.


11월 23일

경찰은 산타페에 대한 탐문 조사를 하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들은 재호가 차를 수리했던 서울근교 정비소도 방문하여 조사하였지만 사고 접수내용과 견인차 기사의 증언으로 일단 재호의 차는 용의 선상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임 반장은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지역 CCTV를 전수조사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어,

“이젠 달리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수사기록을 기초로 당시 용의 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차들의 행적을 끝까지 파보는 수밖에 없다.” 당시 사고 지점 반경 100km 이내의 차량정비소에 협조 의뢰한 결과 산타페의 방향지시등을 교체한 차량은 155대이며 동시에 타이어를 교체한 차량은 72대로 나타났다. 우선 사고 지점에서 가까운 곳부터 해당 차량을 일일이 찾아가 당일 행적과 타이어 자국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달을 넘게 돌아다니며 조사를 마쳤지만, 여전히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그중에 그래도 의심이 가는 사람이 없었단 말이야?”

“사실 당일 차량의 행적을 알아보는 것은 운전자의 진술에 의한 것인데 그것을 일일이 다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반경에서 빠진 차량이 3대가 있는데 모두 타지에서 수리한 차입니다. 그중에서도 이차는 방향지시등과 타이어를 모두 교체한 차거든요.”

“음, 뭔가 냄새가 나는데, 그럼 당장 그 차들도 다시 확인하고 결과 보고하도록 해! 당일 차량 행적을 중심으로 진술 내용이 맞는지도 철저히 확인해 보란 말이야!”


11월 24일

은행 직원 횡령 사건이 난관에 봉착하여 자칫 장기미제로 넘어갈 즈음 경찰서에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있었다.

“여기 이상한 것이 있는데, 사람시체 같아요.”

사냥을 나온 사람이 발견한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지만 입고 있는 옷가지와 신체 크기를 볼 때 당시 실종된 장대리로 추정되었다. 국도에서 백 미터 이상 떨어진 야산 구릉에서 발견된 시신은 흙에 덥혀 있지도 않은 채 수풀 속에 그냥 버려져 나무숲에 감춰져 있다가 낙엽이 지자 그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다. 당시 그들이 벌렸던 수색범위를 많이 벋어 난 장소였다.

경찰은 베트남 신부 실종 수사를 잠시 멈추고 우선 먼저 본 사건에 수사팀을 투입하여 해결할 계획을 세웠다. 시신을 국과수로 보낸 한편 시신 발견 현장을 중심으로 집중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당시 범인은 시신을 파고 묻을 방법과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차에서 시신을 끌어내 들쳐 매고 이 먼 곳까지 옮기려면 범인의 신체가 건장해야 한다. 임 반장을 김종수를 생각했다. '충분히 가능해!'

그러나 현장조사 결과 이렇다 할 목격자나 그를 특정할 물증을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때 국과수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왔다. 시신의 손톱에 끼어있는 살점을 어렵게 추출하여 남성의 DNA를 확보하였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활기를 얻어 사건 해결에 박차를 가했다.

[오늘 경찰은 지난 오월에 실종되었다 한 달 전 시신으로 발견된 은행 자금 불법 유출 범인 장대리를 살해하여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같은 직장 직원 김종수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부하 직원인 장대리를 사주하여 수억 원의 은행 자금을 불법 인출 하고 이를 편취 한 뒤 장대리와 애정 문제로 다투던 중 장대리가 모든 것을 발설하겠다고 하자 이에 흥분한 김 씨가 장대리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인근 숲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호는 등골이 싸늘해졌다. 어떻게 범인을 알아냈을까? 다음은 내 차례일지 모른다.

우연찮게 큰 사건을 해결한 임 반장과 수사팀은 사기충천하여 프양사건마저 년 내에 해결하겠다고 덤볐다.


11월 25일


울타리 너머 집안은 불도 꺼진 체 조용했다. 정근이는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려 볼 작정이다. 늦어도 저녁때까지는 돌아오겠지. 어느덧 해는 산 능선을 넘어가고 바람은 거세져 쌀쌀한 기운이 옷 속을 파고든다. 허기로 속이 쓰리고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마을 모퉁이를 돌아서 올라오는 불빛이 보인다. 그날 낯익었던 그 차다.

집 앞에 서 있는 낯선 차를 발견한 재호는 창문을 내려 주위를 살피며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차에서 내린 정근이는 경계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는 재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 예! 이미경 잘 아시죠? 내가 누군지도 알겠지요? 그 여자의 남편입니다.” 정근이는 충격으로 흔들리는 그의 눈빛을 보았다.

“예, 이미경 씨! 알기는 합니다만, 그런데요?”

“그런데요? 하하, 그런데요?” 정근이는 조용하게 대화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언성이 높아졌다.

“내가 왜 왔는지 모르시겠다. 지금 당신이 내 아내에게 한 짓을 모른다고 잡아떼겠다는 심사인데, 이 사람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여기 이렇게 둘이 동해에 가서 호텔에 드나든 증거가 있는데 그래도 할 말이 있다는 것인가? 더러운 것들!” 정근이는 들고 있던 사진을 그 얼굴에 뿌렸다. 그는 비로써 눈에 힘을 풀고 고개를 숙였다. 부들부들 떠는 손끝이 보였다.

“미안합니다. 내가 죽을죄를 지었소. 내가 어찌하면 좋겠소. 이러지 말고 집에 아무도 없는데 안에서 이야기합시다.” 그는 큰소리에 부담을 느끼고 정근이를 집으로 끌었다.

“보아하니 나이도 드실 만큼 드셨고 경우도 알만한 사람이 이게 무슨 망나니 같은 경우입니까? 가정도 있으신 것 같은데 도대체 미경이와 우리 가정을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그러지 않아도 정리하려고 했었소. 이젠 약속하리다. 다신 당신 부인을 만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절대로 당신 가정을 파탄시키면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소.”

“그것은 그렇다 치고 궁금한 것이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내 아내를 꼬여 낸 것이요? ”

“어찌 내가 멀쩡한 남의 아내를 유혹하여 그런 짓을 하겠소. 우리는 옛날 직장 동료였는데 어는 날 당신 부인한테서 걸려온 단순한 안부 전화가 우연히 그렇게 발전하게 된 것이지 절대로 내가 의도 한 바는 아니요.” 정근이는 그가 끝까지 변명하며 발뺌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당신은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내 마누라 유혹에 빠져 잠시 놀아 준 것뿐이라는 이야기지!” 정근이는 벌떡 일어나 탁자를 걷어찼다.

“야! 너! 끝까지 내 마누라를 창녀 취급하겠다는 거지! 너 이 비겁한 놈! 안 되겠다! 신사적으로 끝내려 했는데 너 오늘 혼 좀 나봐라!” 정근이는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벽에 세우고 목을 졸랐다. 캑캑거리며 발버둥 치는 그를 다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다시 쓰러져 있는 그의 머리를 발로 누르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어쩌다 이런 보잘것없는 놈한테 마음을 빼앗겨 미경이 그 지경이 되었을까.‘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 불찰이요. 내가 당신 원하는 대로 할 테니 이야기 좀 합시다.”

"그래!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인데."

“내가 다시는 당신 아내를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그리고 원한다면 당신에게 위자료도 지불할 테니 말해보시오.”

“야! 당신 돈이 그렇게 많아? 아! 그래서 내 마누라도 그렇게 돈으로 꼬셔낸 모양이네! 더러운 새끼!" 정근이가 겨우 일어서려는 그의 가슴을 걷어차자 그는 다시 힘없이 나가떨어져 벽에 기대어 앉았다. 와중에도 그는 스스로 맞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근이도 이러다가 큰일을 내겠다는 생각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를 다시 의자에 앉혔다.

“자 다시 확실하게 해 둡시다. 어떻게 약속할 것인지.” 갑작스러운 폭행의 충격에서 그는 한참 만에 정신이 돌아왔다.

"........"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낼 테니 잘 들으시오, 더 이상 돈과 내 마누라 하고 연관시키지 마시오. 다만 다시 내 아내를 만나지 않겠다는 그 약속을 어길 시에는 우리 서로 감당할 수 없는 큰 비극이 생길 거라는 것만 명심하시오. 아무튼, 그럴 생각을 아니었는데 폭력을 써서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저지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마음 풀도록 하세요, 우리 다시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그리고 미경은 내가 여기에 온 것 모르고 있으니 그것은 꼭 비밀로 해 주세요. 이것은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재호정근이가 돌아간 뒤에도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모멸감은 처음이다. 모든 것이 최악이다. 이렇게 당하기 전에 정신 차려야 했었는데. 그는 무너지는 자존감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그의 전화가 미친 듯이 울린다. 미경이다. 그는 전화벨이 울리다 지쳐 조용해질 때까지 꿈쩍하지 않았다. 조금 후 또다시 애타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뒤로하고 그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11월 27일


그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힘들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가슴이 저려 숨쉬기도 힘들어 끙끙 소리가 절로 나온다. 며칠 사이에 겹쳐 일어난 일들이 더 이상 감내하기가 힘들었다. 은지에 대한 뼈아픈 상실감, 미경 남편에게 받은 모멸감 그리고 해결해야 할 아내의 불신. 그렇게 세 여자와 관계로부터 남은 것은 허탈감뿐이었다.

이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또 누굴까? 긴장한 나머지 아픈 것도 잊었다. 언뜻 보아도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형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그는 침착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누구세요?”

“예! 안녕하세요! 경찰입니다. 일전에 한 번 뵈었죠? 잠깐 여쭤볼 말이 있어 다시 왔습니다. 그런데 어디 불편하십니까?”

“예! 몸이 좀 편찮아서, 그런데 무슨 일이죠?”

“아! 예! 혹시 안에 들어가서 얘기할 수 있나요?” 그는 금방 끝낼 조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덜컹 가슴이 내려앉았다. 집안을 한번 둘러본 그들은 차도 사양하고 소파에 앉았다.

“다름이 아니고 지난번 저희가 방문했던 그 사건 기억나시죠? 참고사항 몇 가지 확인차 나왔습니다.”

“나한테 뭘 확인하고 싶은데요.”

“지금 선생님께 특별히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아니고 다만 이곳 산타페 차량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하고 있는 중이니 마음 편하게 아시는 대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때 사고일이 6월 5일인데 그날 저 차량을 운행하셨나요?”

“글쎄요,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은데요.”

“그럼 그날 선생님이 뭘 하셨는지도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잘 좀 생각해 보시죠, 그때 저희가 1차 방문한 3일 전이고 그날 밤에 비가 왔던 날이니 잘 생각해 보시면 기억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특별하게 생각나는 것이 없는 것이 차는 운행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럼 그날이 금요일인데 하루 종일 집에만 계셨나요?”

“아마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사고일 전에 차량을 마지막으로 운행한 날은 언제인지 기억나십니까?”

“글쎄요, 친구와 식사 약속 때문에 한번 타고 나간 적은 있는데 그게 아마 한참 이전 일이었을 겁니다.”

재호는 앉아있기도 힘들어 인상을 찌푸리고 숨도 몰아 쉬었다.

“그렇습니까. 그 친구분이 누구시죠? 그분 연락처 좀 알 수 있습니까? 우리는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해서요.” 재호는 순간 아차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른다고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는 몸이 경직되고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불편하신데 여러 가지로 협조 감사합니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참고 조사가 더 필요하면 저희가 다시 방문하거나 한번 경찰서에 나오셔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형사들이 돌아간 다음 그는 맥이 풀리고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이것 큰일 났다. 무조건 모른다고 하면 더 의심 살까 봐 친구 이야기를 꺼낸 것이 큰 실수였네. 이를 어떻게 하나, 우 화백에게 확인하면 그날 내가 있었던 장소와 시간 그리고 음주 사실까지 확인할 텐데, 왜 내가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간 그렇게 빠져나가려 발버둥 친 일들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구나. 그러나 그날 내가 차를 가지고 왔는지는 우 화백이 확실하게 알 수 없을뿐더러 내가 술 마신 일까지 일부러 기억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 사실을 경찰이 알아낸다고 해도 그곳에서 사고를 냈다는 직접 증거는 전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알 수 없는 공포감이 그를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나를 이렇게 세 번이나 찾아온 것은 단순한 조사가 아니다. 경찰이 내가 알 수 없는 증거를 가지고 언제 들이밀지 모른다. 이젠 그들이 바로 앞에 와서 문만 열고 들어오면 모든 것이 끝나는 거야. 결국, 아이를 안은 네 번째 여자가 나를 찾아 여기까지 와 있구나.


11월 28일

‘그때 바로 병원으로 갔더라면 지금 이렇듯 고통받지 않았을 것을,’ 그는 그때의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다. 그는 잔에 술을 가득 부어 단숨에 들이켰다.

“엄마! 나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도와주세요!" 그는 처음으로 이미 고인이 된 엄마를 애타게 찾았다.

“이렇게 죽어야 하나요?"

‘그래! 죽으면 이 고통, 이 두려움 다 끝나겠지. 술 취해 수면제를 다량 먹고 나면 아무 고통 없이 끝날 거야. 남은 인생 아까워하지 말고 완성하지 못한 사랑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말고 이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것은 사람의 삶이 아니다, 겨우 개똥밭에 구르고 있을 뿐이다.' 그는 눈물을 흘렸다.

'가족을 수렁에 빠트리고 사회의 손가락질받으며 감옥에 들어앉아 창살에 비친 달을 쳐다보는 그런 일은 없으리라. 그래 이곳은 이렇듯 미련 없이 끝내고 저승에 가 구천을 헤매며 그 여자를 찾아 그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그간 흘린 여자의 눈물을 닦아서 내 업보를 마무리하리라.’ 그는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을, 가슴은 후련해지고 정신은 몽롱해졌다.


돌아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바로 걷고 순응하며

그곳에 있을 수도 있었건만

결국

왜 그곳에 있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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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