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이게 맞기는 할까.’
간접흡연으로 인해 인체에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 가능성을 떠올릴 때 나조차도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담배가 안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니코틴과 타르 같은 발암물질 성분이 있으니 흡연하면 건강에 영향이 생긴다는 건 많은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간접흡연으로 인해 건강을 잃은 사례를 쉽게 보지를 못했다.
어릴 때 한 시사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나긴 했다.
한 아버지가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며 딸이 후두암에 걸리게 된 사연이 말이다.
하지만 오래 전에 본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불확실한 근거였다. 그럼에도 그 가능성을 믿고만 싶었다. 만약 간접흡연 때문이라면 적어도 건강이 회복될 기회가 있다는 거니까.
반신반의했지만 그날 난 기꺼이 잠을 청했다. 물론 아파서 뒤척이다가 눈만 붙이는 꼴이었지만 다음날 깨자마자 곧장 컴퓨터부터 틀었다.
내 생각을 뒷받침해줄 정보를 찾기 위해서였다. 해외 토픽이나 기사를 찾기에는, 영어 울렁증이 깊었기에, 국내 한정해서 간접흡연에 대해 찾아보았고 검색 결과는 금세 나왔다.
우선 먼저 찾은 내용은 이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간접흡연도 인체에 영향이 미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담배 연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흡연자가 담배를 흡연하며 코나 입으로 내뿜는 게 주류연이고,
불을 붙인 담배 끝에서 태워지며 발생되는 연기를 부류연이라고 한다.
그런데 담배 연기의 85퍼센트가 이 부류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부류연은 낮은 온도에서 타서 주류연보다 발암물질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연기 입자가 10분의 1로 쪼개지기에 흡연하면 폐에 더 깊숙하고 파고든다고.
심각성을 깨달으며 나는 홀린 듯이 자료를 더 검색했다. 그러다가 2015년에 KBS 뉴스에 보도되었던 내용을 보게 되었다.
한 주부의 남편은 매일 한 갑씩 흡연을 하는 흡연자였다. 40년 이상 간접흡연에 노출된 주부의 폐는 15년 동안 흡연한 흡연자의 폐와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비교 사진을 보면, 40년 이상 간접흡연에 노출된 주부의 폐에 까만 부위가 많이 분포되어 있고 심각해 보였다.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폐암 발생률이 1.9배 증가하며, 흡연자와 같이 사는 배우자의 경우 30년 이상 노출되면 폐암 발생률이 3.1배로 증가된다고.
그걸 보자 간접흡연이 더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 흡연하지 않는데 서서히 병들어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 말이다.
나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한데 뜻하지 않은 것도 하나 더 찾아냈다. 그건 흡연이 만성 허리 통증과 디스크 유발에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담배를 흡연하면 일산화탄소가 발생되는데 이는 신체의 산소 공급을 방해하므로, 모세혈관을 축소시켜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즉 척추 뼈에 혈액 공급이 안 되어서 영양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지지 않는 말이었다.
“아, 그래서 그랬던 건가.”
어느 날 구토를 하게 된 것도, 목이 찢어질 정도의 통증을 느낀 것도, 발바닥에서부터 허리까지 염증이 넓게 분포된 것도.
다 아빠가 실내에서 피운 담배 때문이라고?
1월이니 집안에 모든 창문은 다 닫혀 있었다. 그러니 담배 연기는 빠지지 않았을 거고 집안에 계속 돌아다녔을 테지.
건강 악화의 원인이 담배라니,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내가 흡연자면 이해하겠지만 나는 비흡연자였다.
“나도 모르게 담배를 피우고 있던 셈이네.”
아빠가 몰래한 실내 흡연으로 , 이유도 모른 채 건강을 잃었고, 원인불명의 고통으로 자책하며 전전긍긍했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억울했고, 속상하고,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아빠에게 큰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오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단 희망이 더 컸다.
긴장감이 풀렸던 탓일까. 나는 침대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고, 그 사이에 성당에서 봉사를 마친 엄마가 돌아왔다. 도어락 소리에 나는 눈을 떴고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곧장 엄마에게로 가서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 엄마! 내가 알아냈어!”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엄마는 어리둥절했고, 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른 엄마 손을 이끌고 식탁으로 갔다.
“엄마! 이게 다 간접흡연 때문이었어!”
어젯밤에 아빠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걸 알았을 때, 그 동안 아팠던 고통이 일정했고, 찾아보니 간접흡연 때문이라는 일수도 있다고.
내가 찾은 것들을 말로 엄마에게 다 설명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내 말을 믿지 못하고 의문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담배 때문일까, 집안에서 한두 번 핀 건데…….”
“그게 아닌 것 같아.”
“뭐?”
“집안에서 계속 흡연한 것 같다고.”
내가 몸이 뒤집어 졌을 시기가 2021년 하반기였다. 그때 아빠가 금연을 한다는 시기와 굉장히 맞물려 있었다. 2021년 8월에 아빠는 건강검진을 받았었다.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검사는 받는 게 관례가 되어 버렸다.
아빠는 젊을 시절부터 건강이 안 좋았다. 40대 때부터 당뇨 판정을 시작으로 60대가 된 지금은 온갖 약들을 복용 중이다.
당뇨약에, 혈압이 높기에 혈압약에, 혈전을 막아주는 혈관 순환제에, 고지혈 약까지! 거의 걸어 다니는 종합 병원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매년 위내시장, 대장 내시경, 초음파 CT 등의 검진을 해야만 했다. 근데 이번 건강 검진 결과가 최악이었다.
아빠는 폐에 섬유화 증상이 있었다. 섬유화란 폐가 딱딱하고 굳어가는 건데, 그것이 더 많이 진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경동맥 쪽으로 흐르는 혈관이 60퍼센트가 막혀 있어서 피가 간신히 흐르고 있다고.
이것이 막히면, 뇌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병이 발병될 수도 있고, 혈류가 잘 흐르지 않으면 극단적인 상황으로는 다리도 절단해야 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야말로 건강상태가 최악이라 의사도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리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각종 비타민과 영양제를 복용해도 소용이 없으시고,
방법은 오직 금연뿐이라고.
선택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필수라는 것이다. 보호자로 함께 갔던 엄마는 당시에 화가 많이 나서 집으로 왔었다. 몸이 그 지경이 되었는데 왜 금연을 못하냐는 거였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면 소용없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독하게 실행하라고.
아빠는 엄마 말대로 담뱃갑을 가지고 나왔다. 그런 후 우리가 보는 앞에서 과감하게 가위로 잘라서 쓰레기통에 넣으며 금연하겠다고 한 것이다.
“아빠가 그 동안 화장실에서 몰래 피고 있었나봐.”
부모님은 이 당시에 각방을 쓰고 있었다. 사이가 안 좋아서가 아니고 반려견 때문이었다. 반려견이 새벽에도 쉬를 하는데 꼭 복도에 있는 화장실만 이용하는 거였다. 그래서 출근해야하는 아빠의 수면을 방해할까봐 엄마는 안방 옆의 방에서 반려견과 함께 잠을 자게 된 것이었다.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
“그러게.”
“의사가 그 정도로 말했으면 독하게 끊어야지! 담배를!”
사실 2021년 11월에 집에서 담배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
금연한다고 선포한지 아마도 3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쯤이 목요일이었다. 엄마는 성당에 갔고 아빠는 일찍 퇴근했다.
나는 타자를 치며 글을 쓰고 있었다. 엄마가 9시 30분에 돌아와 반려견과 산책을 나갔다. 한 시간 뒤에 돌아왔고 발을 씻고 엄마와 반려견은 거실에 있었다. 나는 반려견을 보려고 하는데, 엄마가 빗질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안방에 들어가 빗을 가지고 오려다가 딱 발견했다.
안방에 담배 한 개비가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걸 주워서 ‘담배! 여기 담배가 있다!’라며 뛰쳐나왔다. 소파에 앉아 있던 아빠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분명히 아빠가 애정해서 피우는 대나무가 그려진 담배 브랜드였다. 극구 아니라고 부정하자, 엄마는 우리는 담배를 안 피우는데, 그러면 반려견이 이걸 물고 왔겠느냐고 맞불을 놓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거 감지한 병약한 K장녀인 나는 얼른 기지를 발휘했다. 그럼 이걸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보관하고 있겠다고 하자, 다음 날 아빠는 본인의 것이라면서 멋쩍게 인정을 했다.
그런 이슈가 있고 난 후 아빠는 계속 금연 중이라고 했다. 자신은 당뇨가 있어서, 단거나 군것질도 못하는데, 그냥 무설탕 껌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라, 아주 미치겠다고.
금단 증상이 심하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안방 내에 화장실에서 비밀 흡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거면 담배 끊는다고 난리나 피지 말던가!”
엄마는 하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나 역시도 실내 흡연을 하는 아빠가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실내 흡연은 아파트 내에서도 당연히 하지 말아야할 규칙이었다. 이해가지 않았지만 그땐 담배가 끊기 힘들어 잠시 그러는 일탈 행위라고 믿고 싶었다.
훗날 그게 아니라고 깨닫는 시간까지 참 오래 걸리긴 했지.
퇴근한 아빠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아마도 내가 그 동안 많이 아팠던 이유가 담배 연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근데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빠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아빠도 내가 아픈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 반응이 나로서는 좀 당혹스러웠다.
“금연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 조급하게 생각 말고 천천히 끊는데, 집안에서만 담배를 피지 말아 주세요. 알겠죠?”
괜히 눈치 보며 애교 섞인 부탁을 하게 되었다. 아빠는 뚱하게 TV를 보다가 잠시 뒤에 자러 들어간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 잘게. 의심받을 수 있으니까 문은 열어두고 잘게.
그걸 듣는데 순간 뇌정지가 오는 것 같았다. 어젯밤에 분명히 화장실에서 담배 피운 거 걸렸는데 왜 저렇게 말하지? 마치 본인이 억울한 것처럼 행동하는 게 이상했다. ‘금연한다고 큰소리를 뻥뻥 쳐놓고 민망해서 그런가보다’라고 그땐 가볍게 넘겼다.
아빠는 딱 이틀 동안 안방의 문을 열어놓고 잤다.
“엄마!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안 아파? 괜찮아?”
“응! 멀쩡해! 몸이 괜찮아! 내 말이 맞지!”
구토도 하지 않았고, 목이 찢어지는 고통도 안 느껴졌고, 허리와 다리에 있던 염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이게 내 몸으로 확연하게 느껴졌다. 내 생각대로 간접흡연이 건강을 무너트린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걸 파악한 내가 처음으로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 동안 이유 모르고 자책했던 시간이여, 이제는 안녕이다!
이제는 내일을 향해서 달려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2022년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집안에서 흡연하지 말아달라는 나의 부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를.
어떠한 불행을 가지고 올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