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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산 Sep 28. 2024

주인 동생 아들 아내

태국

방콕 근교 숙소에서는 동네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일주일을 머물렀다. 거대한 울타리 안, 굽이굽이 이어지는 정원과 여섯 채의 작은 집. 자신이 만들고 꾸민 멋진 궁전을 소유한 주인은 젊은 시절 호주에서 돈을 벌었다고 했다. 세 채에는 각각 주인 부부, 주인의 동생 부부, 주인 동생의 아들 부부가 살고 있었고 나머지 세 채가 여행자의 숙소였다.


여느 날처럼 근처 마트를 둘러보고 카페에 앉아 책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휴대폰이 없었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터였다. 그러나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난 그녀! 숙소 주인의 조카며느리였다. 나는 소름이 돋을 만큼 화들짝 놀랐다. 외국에서 놀랐던 일에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1위를 차지할 만큼. 어쩌자고 무작정 찾으러 나선 건지, 찾은 것도 놀라웠지만 찾아볼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코끝이 찡하도록 고마웠다.      


그녀는 회사 회식에 초대하겠다며 나를 이끌었고, 나중에는 회사 구경도 시켜주었다. 며칠 뒤에는 주인 가족의 친척집에도 따라갔다. 우리는 몇 군데 관광지를 돌았고, 그 후로도 외식을 몇 번 같이 했다. 모국어만 하는 그녀와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녀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걸 넘치도록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녀 덕분에 즐겁고 따뜻했던 놀라운 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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