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치바현 호스트(#우리 사이의 적정 거리)를 처음 만난 건 뜨거운 여름이었다. 호스트 가족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남자 아기까지 세 식구였다. 나는 여름 향기를 실컷 맡으며 도쿄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주말이면 껌 딱지처럼 호스트를 따라다녔다.
2년 뒤, 다시 찾은 호스트 가족에게는 이제 막 혼자 힘으로 앉기 시작한 여자 아기가 생겼다. 식구가 늘어난 단란한 가족. 호스트는 육아에 정신이 없을 텐데도 흔쾌히 다시 나를 맞이해 주었다. 이사 간 게스트하우스에 이불이 변변치 않으면 이불을 내어 주었고, 만날 때면 작은 선물이나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십 년 뒤, 다시 만난 호스트 부부에게는 흰머리가 생겼고 두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실감할 때는, 역시 아이들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때다. 불과 얼마 전에 보았던 아기 얼굴이 순식간에 어린이가 되어있는 마법이랄까. 십 년은 너무나 빨랐다.
나는 같은 얼굴(매일 보는 탓에 나이 들고 있음을 종종 잊어버린다. 당연히 절대로 같지 않음을 알고 있다.)로 같은 장소에 와 있는데 변한 것은 아이들의 모습뿐. 타임머신을 타고 십 년 후로 이동해 버린 이상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