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자연에 대한 감탄이 매해 짙어질 때와 어릴 때라면 확신했을 것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둘 때. 뉴질랜드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그 어떤 계기도 없었다. 세 번째 회사를 다닌 지, 만 3년이 되어가고 있었고 두 번째 회사에서 쉬지 않고 바로 이직을 했으니 6년을 근속한 해였다.
갑자기? 영어 공부를? 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맥락 없는 선택. 일본에 있는 동안 수없이 마주쳤던 외국인들의 영어. 그 영어 문장들을 단 한 번도 알아들어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내가 이제 와서? 이유야 어쨌든 떠나기 전, 영어 기초를 공부했으나 4년 동안 공부했던 일본어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영어에는 관심도 없을 때, 일본에서는 여기저기에서 쉽게만 만나지던 영어 원어민을 정작 뉴질랜드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그때, 지금만큼만 영어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아주 신이 나서 그들과 떠들어댔을 텐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영어는 내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 관심 밖의 주제였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고 어리석게도 강하게 확신했었다.
갑자기 영어 공부를 시작한 날 이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무엇도 단언하지 않게 되었다. 가치관, 취향, 관심사, 식성, 그것이 무엇이든 변하지 않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짜장면만 먹던 내가, 어느 날부턴가는 짬뽕을 찾게 되는 것. 형광등과 백열등 색을 오가는 둥근달을 볼 때, 어제보다 더 감탄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