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에는 관심이 없어 한 번도 외국에 나가 보지 않은 친구가 물었다. 도대체 왜 가는 거냐고. 당연히 이유가 있는 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뇌세포 만들러. 외국에 가면 뇌에 세포가 막 생겨나는 기분이거든. 없던 세포들이 생겨나고 서로의 세포가 마구 연결되는 느낌이야.”
무의식으로는 뱉을 수 없는 언어,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막 태어난 아기가 세상을 배우듯, 신기하고 배울 것이 가득한 외국이라는 공간은 별천지였다. 함께 간 적도 있지만 역시 홀로 머무는 것이 그 장소에 스며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혼자여야 그 나라말을 하고,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더 많은 현지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계약인간으로 수년간 일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저 공부만 하던 어린 시절이 얼마나 행복한 날들이었는지를. 책상에 앉아 다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일이었다. 홀로 머물며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삼시 세끼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고 낯선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별천지 세상이라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즐거움을 해외여행 미경험자 친구와 나누고 싶었다. 우선은 금전적인 준비부터 시작한 그와의 여행 적금이 막 백 단위를 돌파했다. 그의 첫 해외여행에 동반할 역사적인 순간이 기대된다. 먼 훗날 그가 홀로 여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 날이 온다면, 그의 첫 해외여행 소식보다 더 기쁠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