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테이의 호스트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언니를 만났다. 타이베이 어학원의 소개로 만난 그녀의 닉네임은 IKA. 회사원 엄마, 버스를 운전하는 아빠, 휴학 중인 아들, 유학 중인 딸의 4인 가족이다. 나는 유학으로 자리를 비운 딸의 방에서 2주를 지냈다.
언니와는 간단한 영어로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호스트보다도 훨씬 더 많이. 집에 가장 일찍 돌아오는 나는 언제나 두 번째로 귀가할 언니를 기다렸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언니와 먹을 한국 요리를 해 놓고 기다리거나, 언니가 해 줄 맛있는 저녁 메뉴를 기대하거나, 정겨운 동네를 그리다 보면 어느새 해는 어둑해져 있었다.
주말에는 동네를 벗어나 소위 관광지라는 곳을 함께 가기도 했지만, 그런 시간보다는 일상적인 일들이 더 따뜻했고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 언니의 지인들과 시끌벅적 떠들고, 한밤에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고 언니와 수다를 떨고, 언니의 농장에 가서 일손을 돕고, 매일 저녁 정갈하게 준비된 언니의 식탁을 보며 감탄했던 일. 특별한 관광이 아닌, 우린 정말 같이 살고 있구나 하는 평화로 가득 찬 기분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홈스테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나 보다. 우리는 공항에서 마지막 사진을 함께 찍었고, 나는 홈스테이 호스트와 헤어지며 처음으로 울먹였다. 그녀가 나를 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는 증거였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곳에서 쌓아온 마음을 담아 감사 편지(#Taiwan is you for me_그리고 쓰다)를 썼다. 내 손 편지는 코로나로 인해 무려 몇 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나, 그녀에게 가까스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