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어느 나라에서나 머무는 동안 주력해야 할 무엇인가가 있다. 비용 문제로 한국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그 나라에서는 가능한 일. 필리핀에서는 매주 마사지를 받을 것, 일본편의점에서는 푸딩을, 태국에서는 쌀국수를 먹을 것, 그리고 대만에서는 매일 밀크티를 마실 것!
타이베이 도착해 처음 사 먹은 것은 당연 밀크티였다. 음, 바로 이 맛이야. 본 고장의 맛. 밀크티 가게는 매일 아침 학원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들러야 할 참새 방앗간이었다. 한국의 3분의 1 가격, 얼음 없이도 음료로만 그득한 밀크티를 보노라면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번졌다.
보통 카페에서 아이스 음료를 시키면 ‘얼음을 이렇게까지 넣는다고?’ 할 만큼 얼음으로 꽉 찬 컵을 받아 들게 된다. 이 정도 마셨으면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이 엄청난 양의 얼음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좀 과장해서 빨대 두 번을 흡입하면 음료는 바닥을 보인다. 이런 음료를 먹던 한국인인 내가 대만 밀크티를 손에 들고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얼음을 빼면 볼품없는 음료가 되어버리고 말지만, 그럼에도 종종 얼음을 빼고 주문할 때가 있다. 너무 찬 게 싫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녹아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한국을 찾은 대만 사람들이 나처럼 얼음 빼달라고 하면 안 되는데, 분명 이럴 거 같아서. “이게 뭐죠? 왜 음료를 따르다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