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by 소소산

부모를 보필해도 모자랄 나이에, 차마 엄마에게 같이 가달라고는 하지 못했다. 비문증은 노화 때문이니 그냥 익숙해지면 된다고만 철석같이 믿고 있는 엄마에게, 광시증이니 망막박리니 하는 것들은 그저 걱정거리를 하나 더 안겨드리는 꼴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날파리가 늘어나거나 광시증이 생기면 다시 내원하라는 의사의 말에 다시 찾은 안과. 또다시 진료실 앞에 홀로 앉아 처음 비문증으로 진료받은 날처럼 두 손을 꼭 쥐었다. 공포심에 차오르는 눈물 한 방울을 휴지 한 구석에 찍어 냈다. 의사는 유리체 박리에 의한 광시증이며, 유리체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증상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슴을 또 한 번 쓸어내리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섹을 괜히 했어." 그녀는 투덜거리듯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노화 때문이라며 여자의 비문증을 놀려댔다. 즐거운 내용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 두 사람의 모습이 꽤나 다정해 보였다. 그래, 저래서 결혼이라는 걸 하는 건가. 내가 아플 때, 당연하게 같이 동행해 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거. 그건 정말 큰 힘이 되는 존재일 터였다.


"뭐래?" 집에 돌아온 내게 엄마가 물었다. 괜찮다는 내 말에 "거봐. 병원 안 가도 된다니까." 하고 엄마가 재차 강조했다. 눈에서 '번쩍'하고 플래시가 터졌다는 말은 결국 엄마에게 하지 않았다. 연로한 부모보다 젊은 자식이 건강 문제로 걱정을 끼친다는 건 참으로 못할 일이다. 나는 그저 어서 빨리 광시증이 사라져 말할 필요도 없는 과거형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keyword
이전 14화라식한 내가 바로, 오드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