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으로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랑은 또 다르다. 광시증으로 안과를 다녀온 후에 시작된 새로운 증상. 이건 뭘까. 이것도 모양만 다른 섬광의 일종인가. 진료를 받은 게 엊그제지만 얼른 달려가서 망막 사진을 또 찍어야 하나 망설였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하얀색 불빛들이 너무나 두려웠다. 살다 보면 참 별별 증상을 다 겪게 되는구나..
'칫'하고 금세 사그라드는 불빛, '팟'하고 몸집을 키우는 불빛, 때로는 이런저런 기하학무늬를 품은 불빛 등 모양도 다양했다. 하지만 테두리는 깨진 유리 조각 모양의 흰 불빛이었다. 이틑날은 두려워서 눈을 감지 못했다. 당연히 잠을 설쳤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고통이란 정말 주관적인 것이라고.
그다음 날은 다짐했다. 공포의 불꽃을 마주하고라도 반드시 잠을 자야겠다고. 다행히 전전날 폭죽처럼 터지던 불꽃의 수가 그래도 많이 줄었다. 어제보다는 몇 시간이라도 더 잘 수 있었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지만 같은 증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문양을 찾은 건 '눈을 감으면 보이는 환각'이라는 글 중 하나의 사례였는데, 내 증상처럼 수없이 '팡팡' 터지는 불꽃은 아니었다. 그래도 차라리 환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거라면 지금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순간 증상도 깨끗이 사라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