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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회색 구름

by 소소산

비라도 내릴 듯한 잿빛 하늘. 그 위에 떠 있는 구름이, 마치 내 눈앞에 둥둥 떠 있는 날파리 같았다. 결코 투명하지 않은 검은 그림자. 적응까지는 1~2년이 걸린다는데, 나의 비문증은 고작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노화로 인한 고칠 수 없는 증상이니, 그저 적응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 비문증이 힘든 것은 병의 무게보다 시야의 불편에서 오는 우울한 마음의 문제라는 말. 과연 그랬다, 마음의 병.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머리로 알겠는데,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 눈앞의 무언가는 지금도 때때로 나를 아래로 아래로 끌어당긴다.


그나마 광시증이 사라진 후로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안과에서는 유리체 박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저 왜 덩어리가 보이는지만 설명해 주었다. 지금도 부유물 중에서 볼펜으로 콕 찍어 놓은 듯한 검은 점(비문증 초기, 단 한 번 출몰했다)의 원리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유리체의 부유물이 뭉쳐서 그림자가 진다는 설명은 이해할 수 있었다.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셈이다. 1년이든, 2년이든 다시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매일매일 노력해 보자고 마음먹고 있다. 시력회복을 포기하지 않은 것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하게 실천해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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