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키오스크

by 소소산

정말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친구가 보내준 모바일 쿠폰을 들고. 친구는 앱테크에 열심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캡처가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상품은 캡처를 막아 놓았다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만약 앱테크를 해서 모바일 쿠폰을 받았다면 과연 사용할 수 있었을까? 데이터 사용을 전제로 키오스크 앞에 와서 웹 접속을 하고 쿠폰을 열라는 뜻인데, 어떻게 사용하라는 뜻일까? 인터넷이 되지 않은 휴대폰 따위, 요즘 세상에는 없을 테니 캡처를 막아놓은 건가.


여하튼, 친구가 캡처해 준 쿠폰을 들고 키오스크로 다가갔다. 모바일 쿠폰을 선물 받았을 때, 얼마짜리 상품을 살 수 있는지 몰라서 점원에게 바코드를 찍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쿠폰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메뉴가 첫 화면에 따로 있었다. 다음 단계는 드라이아이스 동봉을 위한 시간설정과 스푼의 개수, 그리고 원하는 맛 선택까지 일사천리로 선택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점원이 외치는 대기표의 번호를 듣고 즉각 반응하며 다가갔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종이봉투는 매대 위에 사뿐히 놓여 있었다. 애초에 직접 전달할 생각은 전혀 없던 것처럼. 가게에 들어서 물건을 고르고 나올 때까지 점원과 나 사이에는 그 어떤 소통도 필요치 않았다. 단 한 마디의 말없이도 점원은 자기의 일을 하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사는, 각자의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했다.


문득 누군가의 글에서 본 이야기가 떠올랐다. 길을 묻던 낯선 할머니가 대답을 다 듣고 난 후, 이렇게 말했다고. 실은 자기도 안다고, 그냥 오늘 하루 종일 말을 한마디도 못해서 말해보고 싶었다고. 아무리 타인과의 대화가 두려운 세대가 늘어난다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점원과의 짧은 대화가 소중할 수도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홀로 살아갈 세상. 키오스크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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