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와이파이

by 소소산

현금이 사라지고 있는 버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있다. 편리하지만 누군가는 소외되고 마는 아날로그의 디지털화. 이제는 그 누구도 현금이 없는 버스에 대해 불편하다고 표현하지 않는 듯하지만, 그건 인터넷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의 이야기였다.


가끔씩 비가 오는 날이면, 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내린 빗줄기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잠시 뒤 "다른 단말기를 이용하세요."라는 멘트가 울려 퍼졌다. 서너 번 반복했지만, 누군가 시도한 교통카드 태그는 앞뒤 두 대의 단말기에서 모두 실패했다. 버스가 멈춰 서자 한 아주머니가 단말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방황했다. "환승해야 하는데, 어떡해요!" 화를 내어봤자, 버스기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말기 고장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고, 내 짐작으로는 필시 비 때문이었다.


"단말기가 다 안 돼요. 그냥 타세요!" 기사가 단말기 고장을 인지하고 이렇게 소리치기 전까지, 카드 단말기는 다른 단말기를 이용하라는 소용없는 말만을 수십 번 내뱉었다. 승차자는 무임승차를 시작했고, 하차자는 환승 태그를 포기하고 내렸다. 버스기사는 회사로 전화해 상황을 보고했지만, 운행을 멈추지는 않았다. 고장 난 단말기와 함께 사람들의 당황을 싣고, 그저 빗속을 내달릴 뿐이었다.


결국 내가 내릴 때까지 와이파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두 가지를 검색해 봤다. 첫째, 환승하지 않아도 카드를 찍지 않으면 버스의 최장거리 요금이 적용된다. 둘째, 실제로 비는 전자기파를 흡수하거나 반사하기 때문에 와이파이 신호를 약하게 한다. 비 오는 날 끊기는 와이파이는 기분 탓도 우연도 아니었다. 앞으로도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무임승차 또는 하차 시 미태그, 어느 편이든 찝찝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야 하는 걸까. 현금 있던 버스가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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