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학교 선생님들은 꼭 묻곤 했다. “아버지는 뭐 하시니?” 가장 긴 시간 면접을 봤던 이 회사는 부모 직업을 물은 유일한 회사였다. 그 옛날의 선생님들과 이 회사의 면접관은 그게 왜 궁금했던 걸까? 부모 직업에 따라 구직자의 역량이 다를 것이라 생각해서? 또는 구직자의 인성이, 성격이, 취향이?
면접을 마치고, 문을 나서며 확인한 시계의 분침은 같은 자리를 이미 지나 있었다. 그동안 접해 봤던 IQ테스트에 가까운 적성검사나, 업무와 관련된 문서 작성이나, 아이디어를 엿보는 문제해결식 면접이 아니었다. 개인 호구 조사를 이렇게까지 한다고? 우리 집 숟가락 수까지 파악할 셈이었나?
호구 조사를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니, 어쩌면 용두사미식의 면접 과정 때문에 결국은 별로였던 회사로 기억하는 건지도 모른다. 시작은 거창하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 ‘우린 당신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고 싶어. 그래서 아주 긴 시간 자세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거라고.’ - 끝맺음이 없었으니. 면접으로부터 8일째 되는 날, 문자가 왔다. 내부 논의가 끝나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그 후, 연락은 다시 오지 않았다.
면접자는 회사에 대해 찾아보고 준비한다. 시간을 내어 나름 차려입는다. 가끔은 초행길이라 헤매기도 한다. 그런 이들이 채용 여부에 대해 명확한 통보를 바라는 것이 과한 일인가. 서로가 믿는 상식이 아니고? 한 시간이 넘는 면접에 단돈 일만 원의 면접비도 지급하지 못하는 회사라면 더 더욱이,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 주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