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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09화

한 사람의 지지

by 소소산

다섯 번의 이직 횟수에 비례해 면접 횟수는 점점 늘어났다. 출근을 하루 이틀 하고는 ‘생각했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며 관둔 일(#제발 미리 말해 주세요.)도 몇 번 있었다. 그런 말을 꺼내기까지 마음 안에서는 수십 수백 번의 갈등이 일어난다. 나 잘한 거겠지 하는 찝찝함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헝클어진 내 머릿속을 말끔하게 풀어주는 건 언제나 일관된 아빠의 한 마디였다.


“잘했어.”

그런 데는 안 다니는 게 낫다고, 잘한 결정이라는 진심 어린 흔쾌한 동조. 평소와 다름없는 아빠의 담백한 말투에 메슥거렸던 마음은 가라앉고 선택에 대한 일말의 미련이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다.


아빠는 묻는 말에도 잘 대답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 없다. 그렇지만 나의 모든 선택을 지지한다.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도 않는다. 만약 이제 와서 다시 새로운 공부를 하겠다며 대학을 간다고 해도 ‘네 선택이니 알아서 하라고’ 대답해 주지 않을까. 나의 모든 결정을 변함없이 오케이 모드로 응원해 주는 한 사람의 존재는 든든한 ‘백’이다.


응원해 주는 한 사람의 존재는 든든한 ‘백’이다.

가끔, 마음속에는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음에도 가까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내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받고 싶어진다. 그럴 때, 단 한 사람이라도 가족이나 친구가 말해주는 ‘잘했어’라는 음성은 일렁이는 내 선택의 어깨를 톡톡 다독여 고요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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