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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산 Jun 01. 2024

일천 만원의 교훈

뉴질랜드

영어를 공부하기로 마음(#짬뽕도 짜장면이 된다.) 먹은 후, 뉴질랜드 워홀 비자를 신청했다. 워홀로 더 많이 가는 호주보다 뉴질랜드를 고른 건, 그저 이미 다녀왔던 일본과 닮은 땅덩이라는 보잘것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더불어, 인기 있는 걸 선호하지 않는 청개구리 심리 조금.     


오클랜드는 인구 200만이 되지 않는 사람 귀한 도시였다. 몸으로 체감했던 도시의 규모는, 과장하면 서울 지하철역 하나 정도의 크기. 길을 걷다 보면 어학원 친구와의 조우는 당연지사, 아르바이트하러 나온 아파트 메이트를 만나는 일도 놀랍지 않았다. 나라 자체의 인구가 적으니 도시라고 해서 사람이 많을 리 없었다.         


물론 말할 사람이 많고 적고를 떠나,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영어 실력이었다. 그 나라에서의 언어 능력은 경험의 폭과 대화의 질, 친구와의 사귐을 결정한다. 일본에서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4년 동안 공부한 일본어 실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뉴질랜드로 떠날 때의 내 영어 실력이란, 일본어에 비하면 일천하기만 했다.


값비쌌던 뉴질랜드 방문이 내게 남긴 건, ‘어학연수란 언어 능력이 적어도 중급 이상일 때, 실전 연습을 하러 가는 것’이라는 교훈이었다. 그 외에는 나름 영어 공부를 이어가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정도. 하지만 동기부여의 대가로 고작 몇 달에 일천 만원은 좀 과하지 않은가. 계약인간(#계약인간_브런치북)으로 수개월을 동분서주해야 했을 액수, 그 정도라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의 영어 공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엄청난 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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