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홈스테이의 시작은, 처음 혼자 외국에 갔던 때로 일본 어학원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홈스테이는 불편하고 자취가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완벽한 홈스테이 체질이었다. 낯선 나라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 나를 맞아주는 온기가 좋았고 저녁을 함께 하며 두런두런 서로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거웠다. 물론 그런 인식은 홈스테이에 대한 나의 상상을 알맞게 채워준 첫 홈스테이 덕분일지도 모른다.
나의 첫 홈스테이는 치바현에 위치한 아담한 2층집이었다. 엄마, 아빠, 막 걷기 시작한 아기로 구성된 가족. 저녁식사 시간이면 오늘은 학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를 시작으로 긴 대화가 이어졌다. 주말에는 그들이 평소 하는 일상을 따라 교회나 마트에 가고, 가끔은 바람을 쐬러 동네 근처나 근교에 따라갔다. ‘교류’라는 홈스테이의 목적을 실천하는 매우 성실한 가족이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도쿄에 가면 그곳(#십 년을 건너뛰는 마법)에 머물게 된다. 그 비결 중 하나는, 단 며칠을 머물더라도 정확하게 비용을 지불하는 나와 호스트의 적정 거리에 있다. 호스트와 친해지면 비용을 내지 않고 친구처럼 머물다 가는 경우도 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홈스테이로 만난 관계'를 넘어 막역한 친구가 되었다면 오히려 난, 지금처럼 맘 편히 호스트에게 연락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긴 세월이 흘러도 외국의 어딘가 예전과 같은 장소에 머물며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그곳은 더 이상 단순한 홈스테이가 아닌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따뜻하고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 그녀를 제외한 다른 모든 홈스테이에서는 내 세탁물만 모았다가 따로 세탁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오직 그녀만은 가족 세탁물을 빨 때, 내 것도 같이 돌려주었다. 성향에 따라서는 그런 방식이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는 한 통 안에서 돌아가는 그 빨래가 같이 사는 ‘식구’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에 대한 답례로 우리 모두의 빨래를 차곡차곡 개어 두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