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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산 May 11. 2024

교통비는 고용주가 냅니다.

일본

일본에 가 보기 전, 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가서 지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 물가는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싸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외식을 하는 경우에도 동네 곳곳에 맛있고 저렴한 식당이 얼마든지 있었다. 돈이 부족해도 무엇이든 내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선택하면 그만이었다.      


정말 비싸다고 느낀 건 오직 대중교통비뿐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비가 비싸다고 해서 마트에 진열된 상품처럼 더 저렴한 대체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탈 수밖에 없었으니. 거리에 따라 무섭게 올라가는 차비를 보며 일본인들의 교통비 부담이 만만치 않겠다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었다.      


그러다 그것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된 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직후였다. 체인 음식점인 가게에서는 단기 알바인 내 교통비를 전액 지불해 주었다. 숙소에서 가게까지의 한 달 정기권 비용이 교통비 영수증 한 장이면 간단히 지급되었다. 바로 이거였다! 교통비가 아무리 비싸도 정작 일본인이 생활하는 데는 타격이 없는 이유. 회사원은 당연하거니와 단기 고용된 아르바이트생까지, 교통비는 고용주가 지불하는 시스템.    

  

문득 품속에 재떨이를 가지고 다니는 일본 흡연자들이 떠올랐다. 담뱃재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그들에게 있어 재를 만든 사람이 직접 처리하는 건 당연한 상식이기에 정착된 모습일 것이다. ‘교통비가 왜 발생하는가?’ 근로자를 일터에 불러서 생긴 이동 비용이니 고용주가 내는 것이 당연할 터. 원인을 따져 그에 합당한 주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들의 합의된 상식이었다. 잠시 쉬고 있는 계약인간(#브런치북_계약인간)으로서 상당히 부러운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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