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바라키 우프 호스트에게는 세 자녀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 4학년, 1학년. 중학생인 여자 아이는 학교 영어 성적이 백점이라고 했다. 영어 사교육 덕분은 당연히 아니었다. 비결은 그저 그런 환경 속에서 살고 있었을 뿐.
집안에는 총 두 대의 오디오가 놓여 있었다. 거실 정중앙에 하나, 부엌에 하나. 양쪽의 오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영어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호스트는 거실에서 부엌으로 가면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두 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좋으나 싫으나 들려오는 영어 음성을 내내 들어야 했다. 그다음 단계는 집에 머물고 있는 영어권 우퍼들과 이야기하며 응용력 키우기.
호스트는 솔선수범해서 영어를 열심히 익히는 중이었다. 우퍼 업무를 지시할 때는 영어로 한 번, 그리고 나를 위해 일본어로 다시 한번 설명했다. 당시 나는 영어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단 한 번도 그들의 영어 대화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알아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마음과 무관심은, 뚜껑이 있을 리 없는 귀를 더욱 단단히 닫히게 만들었다.
호스트 자녀의 영어 성적이 증명하듯, 영어 능력이란 많이 듣고 이야기하면 쌓이는 것이지 준비되지 않은 어학연수(#일천 만원의 교훈)를 통해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바라키 호스트는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집안일을 도울 영어권 우퍼들을 집으로 들임으로써 아이들의 영어 학습을 지원하고 있었다. 공부하라는 일방적 지시를 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외국어를 듣고 따라 하는 꽤 멋진 부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