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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산 Jun 08. 2024

집 없는 그녀

일본

비용 문제로 홈스테이를 떠나 게스트하우스로 옮겼다. 숙소는 도쿄 오하나챠야역에서 5분 남짓. 2인실은 처음이었는데 룸메이트가 어떤 사람일지 내심 기대되며 걱정됐다. 게스트하우스라는 단어 때문인지 이런 곳에 머무는 사람은 외국인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룸메이트는 일본인이었다.     


일본의 여러 도시에 있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녀는 단연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분명 같은 방에 있었으나 마주치는 일이 드물었다. 나는 아침에 나가 오후에 들어왔고, 그는 오후에 나가 아침에 들어왔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오후에 들어오면 그는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 의아한 생활에 대해 듣게 된 건, 조금 시간이 흐른 후였다. 자신을 고아라고 밝힌 그녀는 집이 없었다. 간호사로 일하다 돈이 모이면 외국에서 지내고, 돈이 떨어지면 귀국해서 일하는 패턴을 반복한다고 했다. 일을 쉬고 있는 지금은 밤마다 클럽으로 놀러 가는 자유로운(내가 보기엔 건강을 해치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곧 다시 일할 거라고.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집이 없다는 것은 기다리는 사람도 돌아갈 장소도 없다는 것. 생각해 보지 않았던 누군가의 삶이었다. 많은 이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중한 무엇이, 누군가에게는 가져본 적 없는 것이라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그의 인생을 생각했다. 나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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