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해보겠다고 뉴질랜드에 갔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말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원어민인 홈스테이 호스트(#저녁은 네가 해 먹어)는 동양인 여자아이와 교류를 할 만큼 친절하지 않았고, 다른 홈스테이 호스트는 인도인이거나 중국인이었다. 돌이켜보면 신기한 것은 오히려 일본에 있을 때, 곳곳에서 영어 잘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만났다는 사실이다.
이바라키 우프에서는 원어민 우퍼들과 호스트의 영어 대화를 매일 같이 들었다. 어학원의 대만인은 자신의 일본어 능력을 한탄하곤 했지만 영어 능력만큼은 발군이었다. 같은 반에서 친하게 어울렸던 미국인과는 당시 영어 문맹인 내 탓에 항상 일본어로 대화했지만, 만일 내가 어느 정도의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았더라면 아주 유익한 영어 연습 시간이 되었을 터였다. 대학에 다니다 잠시 귀국한 쿠시로 우프 집 딸내미는, 나를 보자마자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영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한 이후, 오랜 시간 내가 영어 문외한이었음을 종종 아쉬워했다. 일본에서 머물던 그때,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았더라면……. 한 나라 안에서 영어와 일본어 연습을 마음껏 하는 1석 2조의 시간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고, 부질없는 후회일 뿐이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했다. 오늘이 인생에서 제일 젊은 날이듯, 영어가 아닌 어떤 일을 시작하더라도 오늘이 가장 빠른 때겠지. 거창한 공부는 아니지만, 오늘도 영어 문장 몇 개를 소리 내어 읊어본다. 숱하게 많던 과거의 영어 연습 기회는 놓쳤지만, 앞으로 다가올 기회가 있다면 꼭 붙잡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