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은 내가 가장 자주 찾은 나라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 횟수는 총 다섯 번. 그 일은 일본을 네 번째 방문하려던 때 일어났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비행기 출발까지 두 시간 반 이상이 남아 있어 여유로운 상황이었다. 짐도 단출하니 기내용 가방 하나뿐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여권을 내밀자 정보 조회 후, 데스크 직원이 말했다.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겠느냐고. 나는 마음속으로 ‘이게 풍문으로만 듣던 업그레이드라는 거구나’ 하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내 평생 달랑 두 시간 걸리는 비행기에서 비즈니스석을 탈 일은 없을 터였다. 그건 오히려 장거리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을 타게 될 확률보다도 더 낮지 않을까 싶다.
업그레이드된 좌석은 원래 타려던 비행기보다 탑승 시간도 빨라서 좋았다. 나는 거의 대기 시간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쾌적한 기내는 어쩐지 공기마저 맑게 느껴졌다. 앉아 있는 인원이 많지 않으니 맑은 공기는 사실일 수도 있었다. 신발을 벗고 지급된 슬리퍼를 신었다. 주어진 식사 메뉴판을 훑어보며 두 가지 중에 무엇을 먹을지 신중히 골랐다. 두 시간은 이코노미에서도 빠르지만, 처음 경험하는 널찍한 좌석에서의 두 시간은 정말 빨랐다.
네 번 만에 찾아온 행운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항공사 역시 업그레이드를 해 주는 고객의 조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우르르' 일행과 함께 탑승 수속하는 무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비행기 시간이 바뀌어도 탑승 가능한 여유가 있으며 물리적으로도 가볍게 떠나는 자, 오직 한 명. 내게 또 그런 일이 쉽사리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홀로 여행할 때는 기대해 보련다. 여유를 가지고, 가벼운 몸으로, 혼자서도 씩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