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의 홈스테이 소개비도 아낄 겸, 뉴질랜드에서는 매번 인터넷으로 홈스테이를 찾았다. 아마도 이런 나의 선택이 뉴질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뉴질랜드에 대한 그리움이 없는 것은 좋은 추억이 없어서다. 반대로 태국, 대만, 일본이 좋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추억으로 꽉 찬 나라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뉴질랜드인, 인도인, 중국인 가족과 지냈지만 호스트와의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다. 그나마 중국인 호스트와는 저녁을 먹을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아시아 나라의 호스트와는 다른 깊이였다. 내 영어 수준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태국(#주인 동생 아들의 아내)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았어도 마음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걸 보면 언어 문제는 또 아닌 듯하다.
뉴질랜드인은 호스트로서의 기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학원에서 소개받았더라면 항의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나의 모자란 영어로는 대항할 수 없었다. 당초 약속한 아침과 저녁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고 “피곤하네. 저녁은 네가 해 먹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엌에는 어떤 재료도 없었다. 남은 거라곤 말라붙은 깡통 파스타뿐.) 내가 해 먹을 저녁이었다면 홈스테이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들은 무엇을 만들어 먹는지, 현지인의 음식 문화가 궁금했던 건데.
2주 만에 이사 의사를 밝히자, 호스트는 내게 이유를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돈줄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최악의 호스트는 내가 나가는 날이 되기도 전에 새 학생을 구했고 지하방으로의 이동을 요청했다. 방값을 좀 깎아 주겠다면서. 1층이든 지하든 방은 중요치 않았다. 나는 다만 어서 이삿날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