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대로 살다 보면 비슷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어울리게 된다. 의도적 노력 없이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색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한 후에 취업하는 판에 박힌 경로. 주변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랬다. 고작해야 대학 졸업을 포기한 경우가 상당히 다른 선택이었달까.
그러나 몇 번의 홀로 여행으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세상에는 정말 서로 다른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이었다. 실은 비슷한 나이임에도 나와는 전혀 다른 그들의 생활배경과 사고방식을 엿볼 때마다 흠칫 놀라기 일쑤였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것이 나와는 다른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라 여겼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집을 나와 숙식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독립해서 일을 하는 아이,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잠깐 귀국한 아이, 평생을 떠돌며 외국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아이(#집 없는 그녀), 단지 방학 숙제를 하러 바다 건너왔다는 아이까지. 천차만별 각양각색이지만 모두가 십 대 후반부터 이십 대 초반의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도 이미 서로가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중에는 가장 친한 친구와도 나누지 않을 법한 은밀한 사적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속으로는 저래도 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고작 몇 살 많을 뿐인 내게 그들을 꾸짖을 권리는 없었다. 나는 그저 그들이 살아온 환경을 나 홀로 추측해 볼 뿐이었다. 그때 그 아이들은 모두 잘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