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가보고 싶다고, 가봐야 한다고 생각한 곳이 있었다. 그곳은 파칭코. 그날은 일하던 음식점의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대신해서 오후까지 일하고 평소보다 늦게 나가던 참이었다. 때마침 주방장도 낮 근무라 점장에게 일을 넘기고 퇴근을 같이하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마츠오카. 운 좋게도 파칭코에 간다고 했다. 나는 이때다 하고 신이 나서 동행했다.
구경꾼으로만 따라간 것은 아니었다. 내게도 임무가 있었으니, 파칭코 기기 앞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다. 기기 두 대를 맡는 건 그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나름대로 내가 지루하지 않게 역할을 주었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두 대의 기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게임을 시작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림판과, 효과음으로 가득 찬 파칭코장은 드문드문 평범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어른들의 오락실이란 이런 건가. 서로 다른 게임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다채로운 오락실보다 더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우린 약 두 시간을 머물렀는데, 그는 아주 현란한 손놀림으로 만 엔이 넘는 돈을 손에 쥐고는 내 덕분에 벌었다며 인사치레를 했다.
나는 속으로 돈 벌기 참 쉽네 하는 생각을 하며 '와'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별다른 제재 없이 운영되는 파칭코가 신기하기도 했다. 오늘 그가 낮 근무로 번 돈 역시 대충 십만 원가량이었을 텐데, 두 시간 동안 손가락을 깔짝대고 얻은 돈도 십만 원이라니. 일본에서의 자기 절제는 개인의 몫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식당으로 출근해서 성실히 일하고 있는 그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