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아무리 인구가 적다 해도 도시는 도시인 건지, 오클랜드에서 묵었던 숙소는 보안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한 번, 엘리베이터에서 한 번, 대문에서 한 번, 그리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때 한 번. 총 네 번의 잠금을 해제해야 귀가할 수 있었다. 당연히 잠금 횟수가 많을수록 거주자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거주자가 아니라면 어떨까? 홈스테이 비용 문제로 좀 더 저렴한 숙소를 보러 다닐 때였다. 휴대폰이 없던 나는, PC로 집주인과 연락한 후에 집을 보러 갔다. 물어물어 건물에 도착했지만 입구는 잠겨 있었다. 요즘 아파트나 빌라에 보편화되어 있는, 거주자가 잠금을 해제한 후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누군가는 오겠지 하고 두리번거렸고, 마침 얼마 되지 않아 한 아주머니가 건물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가 문을 열었을 때, 나는 한국에서 하듯이 얼른 뛰어들었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굼떠서가 아니라, 확실하게 제지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펴 보이며 단호하게 ‘NO'라고 말했다. ‘하, 거참 진짜 빡빡하네.’ 그런 제지를 처음 당해본 나는 맘속으로 불평을 뱉어내며 무안하게 돌아섰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래도 저렇게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거주자가 있다면 건물 안전 하나는 확실하겠네 하는 생각도 잠시. 그녀와 비슷한 연배의 아주머니가 똑같이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내게 다가오지 말라던 장면이 떠올랐다. 난 입조차 뻥긋하지 않았고, 그저 길을 묻고 싶을 뿐이었는데. 오클랜드는 내게, 가까이하기 힘든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