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테이 호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여분의 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학원과 연계된 경우에는 학원에서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는 환경을 학원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호스트로서의 기본적인 수칙을 배운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묵었던 홈스테이보다는 학원을 통해 소개받은 호스트들이 더 좋았다.
똑같은 방 하나에서 지내지만 방 안의 침대, 책상, 옷장 등은 조금씩 달랐다. 넉넉한 옷장, 널찍한 책상, 적당한 푹신함의 침대를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물론 반대인 상황도 있었다. 좁은 옷장, 손바닥만 한 책상, 또는 누우면 바닥에 닿을 만큼 움푹 들어가는 침대 등. 그중에서도 날 가장 당황케 했던 건 잠기지 않는 화장실이었다.
지나고 보면, 어찌어찌 참 잘도 지냈었지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집에서 지낸 시간들도 그랬다. “걱정 마. 너 들어가 있을 때는 아무도 안 들어가.” 인도인이었던 호스트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잘 적응하는 게 인간이라는 종의 장점이라서 일까.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이상하지만, 나는 무슨 믿음이었는지 잠기지도 않는 화장실을 그들과 공유하며 한 달씩이나 잘 살았다.
아, 그리고 우리가 매일 김치를 먹듯 그곳에 머무는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카레를 먹었다. 인도인에게 카레란 한국인의 김치와 동급인 모양이었다. 물론 내가 본 건, 딱 한 가족이었으니 단정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유난히 카레를 좋아하는 인도인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