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며칠 동안은 작년으로 착각해서 연도를 적는 일이 많다. 나이세는 방법이 달라지면서, 과연 금방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의도적 노력 없이도 금세 만 나이에 적응했다. 이건 아마도 심리적인 문제였나 보다. 묵은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착각을 하고, 두 살 어려지고 싶은 마음으로 시행착오 기간 없이 바로 적응하는 신비한 능력.
일본에서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나이 얘기로 이어졌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지금이라면, 서로가 나이를 묻는 일이 실례일 수 있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가 듣는 질문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다. 어른이건 또래건 스스럼없이 내게 물었다. 몇 살이냐고. “어, 난 스물셋.”
물론 어른들은 나이를 밝히지 않았지만, 또래끼리는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게 이름과 세트 같은 거였다. 그렇게 반년을 수없이 ‘스물셋, 스물셋’ 하고 나이를 말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두 살을 늘리려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었다. 만 나이 스물셋, 즉 스물다섯으로 살던 한국에서는 나이를 밝힐 일이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내 소개를 할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요즘 아이들은 여전히 나이부터 밝히는 소개를 이어가고 있을까?)
내 나이를 스물넷이라고 소개해본 적이 있었던가. 그때의 나는 스물넷 시절을 잃어버린 것처럼, 한국에 돌아온 순간 한꺼번에 두 살을 먹고 다시 스물다섯이 되었다. 지금은 좀처럼 나이를 입 밖으로 꺼내 말하지 않으니 한두 살 헷갈리기 일쑤다. 그래도 앞으로는 한꺼번에 두 살을 먹을 일은 없다. 이제라도 ‘만 나이’라니 잘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