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상에 없어도 아쉽지 않은 것 세 가지가 있다. 술, 담배, 그리고 에어컨. 이 중, 기호가 다른 경우에 같은 공간에서 견딜 수 없는 것은 담배나 에어컨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앞서가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면 빠르게 달려서 흡연자를 추월한다. 내 의도와는 관계없이 걷는 걸음마다 연기를 맡고 싶지 않아서다.
에어컨 역시, 같이 사는 사람끼리 온도에 대한 기호가 다르면 힘든 점이 있다. 부부끼리도 누구는 춥네, 누구는 덥네, 틀자, 끄자, 의견이 분분한 게 에어컨이라고 하니까. 차라리 없는 게 나을지도. 사자고 합의가 될 때까지는 그래도 한쪽만 애가 달을 테니.
니혼바시역에 위치한 도미토리는 6인실이었다. 원룸에 2층 침대 세 개와 화장실 하나,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작은 부엌이 달려 있었다. 좁은 공간에 여섯 명씩이나 살고 있으니 온도 기호가 다른 아이가 있는 것도 당연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아이는 실내 공기를 16도로 유지하길 원했다.
추위에 약하고 더위에 강한 나는 권장 온도인 27~28도를 선호했다. 그래도 한껏 양보해 23도로 맞춰 놓으면 실내 온도는 금세 다시 16도를 가리켰다. 그녀와 나의 온도 차는 무려 10도 이상. 우리 마음 사이의 거리는 그 10도만큼이나 멀었다. 우리는 결국 친해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