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에서의 두 번째 우프는 홋카이도 ‘쿠시로’라는 지역의 식당이었다. 머물 곳을 정하기 위해 호스트에게 전화했을 때, 주인은 반색을 하며 어서 오라고 말했다. 그 식당은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과 연계되어 있어 정기적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이 한 집에서 함께 살았던 첫 번째 우프 가정과 다른 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식당이었다는 점이다. 그 집에는 대만인 우퍼 한 명과 일본이 아르바이트생이 거주하고 있었고, 우리의 숙소는 호스트의 거주 층과 분리된 구조였다. 정해진 식사 시간에 식당 층으로 가면 ‘요리가 준비된 서랍장’에서 음식을 꺼내 먹고, 설거지는 각자 하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주로 식당일을 도왔지만 ‘워드로 연하장 주소 입력 작업’과 같은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하루에 네 시간, 주어진 일을 마치면 자유시간이었다. 한 살인가 어렸던 대만 아이와 나는 놀러 온 관광객들을 구경하거나,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길쭉하게 뻗은 도로를 내달렸다. 호수가 중심인 동네를 벗어나면, 건물은 점점 사라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양옆의 나무들뿐이었다. 한여름이지만 ‘쿠시로’는 덥지 않았다. 선선한 여름 속을 달릴 때, 과연 홋카이도라는 걸 느꼈다.
쭉 늘어선 가게를 둘러보다 검은색 반지 하나를 구입했다. 추우면 까맣게 따뜻하면 푸르게 변하는 반지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마냥 까맣게 머물러있지만, 쿠시로의 반지는 지금도 매일 내 약지에 끼워진다. 내가 거기 있었음을, 이 반지는 알려준다. 아침마다 그 반지를 집어 드는 찰나의 순간, 나는 잠시 그곳에 머물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