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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틀비와 함께 Sep 15. 2024

쉬고 싶은 멘토에서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룬 지도자로

절제의 예술가, 벤자민 프랭클린 

타로카드에서 5번 교황은 신과 인간, 그리고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연합과 동맹을 상징한다. 교황형 인물은 전통과 규범을 중시하기에 종교적·철학적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때 그들은 멘토의 역할을 하며, 사람들이 겪는 갈등과 딜레마를 해결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고민과 문제를 들어주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므로 자신을 돌보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머리와 목이 안 좋을 수 있으므로 항상 자신의 건강과 마음도 챙겨야 한다. 

타로카드에서 5번 교황은 수비학적으로 14번 절제 카드와 연결된다. 14번 절제 카드는 붉은 날개를 가진 천사가 두 손에 든 잔에 물을 옮겨 담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이 흐르지 않도록 두 잔의 기울기를 조절하는 이 행위는 절제와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천사의 왼발은 현실을 상징하는 땅 위에, 오른발은 감정을 상징하는 물속에 있다. 천사는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인내하고 있다. 5번 교황과 14번 절제의 결합은 서로 다른 두 개념이나 현실과 이상 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삶의 가치를 강조한다.      


5번 교황을 영혼의 숫자로 한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의 한 명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년 1월 17일)이다. 그는 정치, 외교, 철학, 발명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인물이다. 그의 성공 배경에는 청교도적 전통과 절제를 바탕으로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미덕이 자리 잡고 있다. 5번 교황이 상징하는 종교적 신념과 리더십 그리고 14번 절제가 의미하는 균형을 유지하는 미덕은 미국 독립운동의 기초를 마련하고 자수성가를 이룬 그의 삶과 업적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1. 전통과 혁신 사이의 균형: 건국의 아버지, 프랭클린     

프랭클린이 미국 독립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전통적인 가치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균형 있게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이다. 타로카드 5번 교황이 상징하는 것처럼, 그는 전통적인 청교도의 핵심 가르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청교도주의(Puritanism)는 16세기말에서 17세기 초 영국에서 일어난 종교 개혁 운동으로, 강한 도덕적 규율을 중시했다. 청교도들은 신앙과 윤리적 원칙을 통해 사회를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이끌려고 노력했으며, 종교적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하여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사회를 형성하려 했다. 프랭클린에게 자유는 청교도주의에서 말하는 신의 법 아래에서 도덕적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자율성을 의미한다.      


프랭클린은 청교도적 가치관을 존중하면서도,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더해 미국 독립을 지지하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한다. 그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단순히 권력을 분립하는 것이 아니라, 청교도적 자유를 궁극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유명한 인용문, “단기적인 안전을 위해 근본적인 자유를 포기하는 사람은 결국 자유도 안전도 얻지 못한다”(Those who would give up essential Liberty, to purchase a little temporary Safety, deserve neither Liberty nor Safety.)는 1755년 펜실베이니아 주의회를 대신해 총독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온다. 당시 펜 가문은 과세 면제 특권을 누리며 국경 지역의 안전을 위한 자금 마련을 방해하였다. 프랭클린은 영국에 기생하는 펜 가문에 아부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근본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와 자치,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독립 정신을 반영하는 말이다. 프랭클린이 강조한 자유와 책임은 오늘날까지도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으로 남아 있으며, 그의 균형 잡힌 사고는 타로카드 5번 교황이 상징하는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도전의 조화로 나타난다.     


2. 자수성가와 자기 절제: 프랭클린의 삶의 관리     

프랭클린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0살부터 일을 해야 했던 상황 속에서도 철저한 자기 관리와 절제를 통해 자수성가(self-made man)를 이룬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자수성가를 이룰 수 있었던 핵심 덕목으로 절제를 꼽았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실천한 ‘13 덕목’을 강조하며 절제와 자기 관리를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3 덕목 중 첫 번째가 바로 ‘절제’(Temperance)이다. 이는 과도한 음주와 식탐을 피하고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절제가 첫 번째 덕목인 이유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욕망을 통제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절제를 기반으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성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 등 나머지 12개의 덕목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13개의 덕목 중에 나는 침묵이 흥미로웠다. 프랭클린이 절제 다음으로 침묵을 선택한 이유는 어떤 이슈에 대해 남의 의견을 듣고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매체와 SNS로 인해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프랭클린은 남의 의견 속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주체적인 침묵을 했지만, 현대 사회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강제적으로 침묵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만 한다.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나도 마구 떠들어댄다. 21세기에 제일 필요한 덕목이 침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분별한 정보가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진실을 찾기 위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는 결단이다. 결단은 새해마다 의식처럼 진행한다. 그리고 깨지는 것이 당연한 듯 금방 잊는다. 프랭클린은 이런 거창한 약속을 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습관처럼 만들어 꾸준히 하는 것을 강조한다. 결심이 깨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결단’ 전에 어떤 덕목을 실천해서 습관으로 만들면 될까? 이런 질문은 곧 나에 대한 성찰을 이끌고, 내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돕는다. 


세 번째는 평정이다. 프랭클린은 평정을 '사소한 것 혹은 우연히 발생하거나 피할 수 없는 사고에 흔들리지 마라'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나 스스로가 그리고 외부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 지혜롭고 흔들림 없는 온화함이다. 근데 현실은 매 순간 감정적이고 짜증스럽다. 짜증 난 걸 표현할 수 없어서 또 짜증 난다. 괜찮은 척하는 위선이 아니라, 진심으로 평온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평생을 통해 이뤄야 하는 숙제인 것 같다.  


요즘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절제보다는 마음껏 즐기고 표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프랭클린의 절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경계를 설정하면서 동시에 경계 밖으로 항상 나를 밀어붙여야 한다. 안전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도전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프랭클린은 그 혼란을 청교도라는 신념을 통해 뚫고 이겨냈다. 그는 우리에게 무조건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머리에 어떤 신념을 품고 행동하고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프랭클린의 영혼의 숫자에서 살펴본 5번 교황과 14번 절제의 결합은 곧 신념이 혁신적인 사고 및 행동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좋은 파트너 관계임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복귀를 했습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영혼의 숫자와 연결해 다루고 싶은 인물들이 많아 자신만만했습니다. 근데 막상 하려니 번호대로 해야 할지, 눈에 띄는 인물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프랭클린이 알면 많이 꾸짖었을 겁니다. 현재는 영혼의 숫자 순서대로 하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인물 위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의 영혼의 숫자 브런치를 기다려주신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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