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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틀비와 함께 Sep 22. 2024

낭만시와 애가를 부르는 선장님, 존 키팅

1번 마법사와 수비학

마법사형 인물의 특징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며,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언변이 뛰어나고, 자존감이 높다. 1번 마법사와 수비학적으로 연결된 타로카드는 10번 운명의 수레바퀴와 19번 태양이다. 내실 있게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실천했다면 마법사형 인간은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행운을 얻고, 태양처럼 밝은 미래를 맞이한다. 반대로 생각이 몽상에 머문다면, 안장도 없는 말 위에 앉아 있는 어린아이처럼 위태로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마법사형 인물의 특징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90)에 나오는 존 키팅(John Keating) 선생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너무 유명해서 내가 언급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과 감명을 준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Oh, captain, my captain)이다. 그는 입시를 위해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서 공부만 해야 하는 웰톤(Welton)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이끌어가는 마법사처럼 나타난다. 그는 마법사 카드와 마찬가지로 다른 시각에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창의성과 대담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도전정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출처 다음 영화 이미지 

키팅 선생님의 가장 유명한 말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이 말은 로마시인 호라티우스가 “시간이 흐르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기회가 주어진 오늘을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생들은 카르페 디엠을 ‘현재를 즐겨라’라고 해석은 할 수 있지만, 왜 현재를 즐기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은 단어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나의 영혼에 새기는 것이다. 그는 자기 말이 학생들의 주의를 단순히 다른 곳으로 돌리는 달콤한 유혹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고통과 인내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말을 스스로 실천한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학생들은 조금씩 그의 말을 믿고 따르기 시작한다. 진정한 어른의 말로 믿는다.       


이번에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보면서 카르페 디엠만큼 중요하게 다가온 그의 말은 “너의 시는 무엇이 될 것인가?”(What will your verse be?)이다. ’ 나의 시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떤 시를 짓기 위해 오늘을 매진하고 있는가? 


나는 키팅 선생님에게 다시 질문하였다. “당신의 시는 무엇이며, 무엇이 될 건가요?” “카르페 디엠이 시를 지을 때 중요한가요?” 그는 그 누구보다도 웰튼 고등학교가 지옥과 같은 곳임을 아는 졸업생이다. 그가 이곳에서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그가 대학교나 다른 곳이 아니라, 모교로 돌아온 이유는 바로 그가 알고 있는 삶을 그의 후배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이다.      


그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 낭만주의자, 즉 카르페 디엠을 실천한 그를 다시 웰튼으로 향하게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삶의 정수를 계속 미루고, 미래를 계획하는 그의 후배들에게 ‘죽음’을 알리려 온 사자이기도 하다. 삶 속에 숨어있는 교활한 죽음의 위협을 알리려 온 그는 사실 낭만시이면서, 애가를 써내려 가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현재에 충실하며 자신의 시를 써 내려가라 말한다. 학생들이 맞이할 운명의 수레바퀴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그가 제일 피하고 싶은 죽음은 도대체 내가 왜 여기 있다 가는지도 모른 채 맞이하는 죽음이다. 꼭 무언가 유명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키팅 선생님은 휘트먼을 인용하면서 “반복되는 질문들, 믿음 없는 사람들의 끝없는 행렬,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 찬 도시” 속에 섞여 있다고 너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그 속에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할 수 있는 ‘나’, 그런 삶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그 자체가 이미 나를 다르게 만들며, 그들과 다른 정체성을 형성한 것이다. 즉, 이미 나의 ‘시’를 적기 시작한 것이다.      


키팅 선생님의 말과 행동은 계속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의 좁혀지지 않는 견해를 보여준다. 현실주의자들에게 키팅은 19번 태양카드의 안장 없이 말 위에 앉아 있는 순진하고 미성숙한 아이로 보인다. 그러나 무서운 진실은 그들이 키팅 선생님을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절대 그들의 권위나 권력으로는 통제되지 않는 무서운 존재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는 19번 태양처럼 스스로 밝히는 태양 아래 당당히 큰 깃발을 들고 나아가는 어린아이와 같다. 나는 키팅에게 감동받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을 몽상가나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또 다른 현실주의자 혹은 현존주의자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현(존)실주의자는 안장 없이 말에 올라탈 수 있는지를 나이와 체격으로 따지지 않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역량과 자신감으로 과감히 도전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만든 시의 예가 바로 키팅의 삶이다. 그는 죽음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현재를 사랑하고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즐기는 자신에 대한 애가를 짓고 있다.      


카르페 디엠과 함께 유명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키팅의 삶이 19번의 태양만큼이나 성공한 삶이며, 학생 스스로가 스스로 빛나는 존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출처-다음 영화 이미지

소심했던 토드(Todd)는 제일 먼저 키팅 선생님께 진실을 알리고 그를 ‘선장님’이라고 부르면서 책상 위로 올라간다. 토드가 보여준 행동은 키팅을 삶의 정수로 이끈 ‘선장님’으로 인정하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서 ‘자신의 시’를 짓겠다는 약속을 온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키팅 선생님은 토드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철학에 대해 들었을지 모를 회의감을 떨쳐내고, 다시 꿋꿋하게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자신의 시를 적을 것이다.    

  

내가 이 장면이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앉아 있는 학생들 때문이다. 카메론(Carmeron)은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성공 위주의 실용적인 시어로 자신의 시를 완성해 갈 학생이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어떤 심정으로 저 공간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이걸 본 키팅 선생님은 슬퍼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키팅 선생님은 남의 의견에 동조하여 따라가지 말라고 가르쳤다. 키팅 선생님이라면 자신의 교육 방법이 모두에게 적합할 것이라고 절대 말하지 않을 선생님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학생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는 응원의 마음을 보낼 것이다.      


존 키팅 선생님은 타로카드의 1번 마법사의 특징을 통해 영화 속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열어주고,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그들의 삶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의 가르침은 19번 태양 카드처럼 학생들에게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그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마법사형 인물의 특성을 온전히 구현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를 다른 곳으로 향하게 했다. 그러나 그가 떠난 지 3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너의 시는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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