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휘트먼의 찬미와 거미줄
타로카드에서 1번 마법사는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마법사형 인물은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 풍부하다. 특히 뛰어난 언변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 협상이나 프로젝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뛰어난 언변, 창의성, 도전 정신은 1번 마법사를 영혼의 숫자로 뽑은 사람들의 주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다방면으로 능수능란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1번 마술사와 수비학적으로 연결된 카드는 10번 운명의 수레바퀴와 19번 태양 카드이다. 자존감이 높은 마술사는 10번 운명의 수레바퀴의 행운을 얻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 결과 19번 태양처럼 빛나는 사람이 된다. 마법사형 인물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리더의 역할을 한다. 만약 마법사의 언변이 말뿐이고 가시적인 실천 혹은 결과가 없다면, 그의 말과 행동은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행운이 아니라 불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는 허풍쟁이 혹은 사기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월트 휘트먼(Walter Whitman)은 1819년 5월 31일생으로 1번 능수능란한 마법사가 그의 영혼의 숫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인 그는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과 주제를 엄격한 시 형식에 맞게 쓰기보다는 자유형식으로 표현하였다. 한국에서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90)의 상연 이후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Oh Captain, My Captain)이 유명하다.
마법사와 연결해서 살펴볼 휘트먼의 시는 시집, 『풀잎』(Leaves of Grass)에 수록된 「나의 노래」(“Song of Myself”)와 「소리 없이 버티는 거미」(“A Noiseless Patient Spider”)이다. 「나의 노래」에서 화자는 “난 나 자신을 찬미하고, 나 자신을 노래하네”(I celebrate myself, and sing myself)라고 말한다. 능수능란한 마법사의 자신감이 잘 드러나고 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단호하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게 된 건, 가끔 의기소침해질 때 “난 나 자신을 찬미하고, 나 자신을 노래하네”(I celebrate myself, and sing myself)를 읊조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어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내가 나를 찬미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찬미하겠는가? 나를 찬미하는 건 자만심이 아니라, 힘내라고 나에게 보내는 응원의 박수와 기합 소리 같다.
휘트먼의 시가 나에게 보내는 위로인 것을 「소리 없이 버티는 거미」(“A Noiseless Patient Spider”)라는 시를 읽고 더 확신하게 되었다.
A noiseless patient spider
I mark'd where a little promontory it stood isolated
Mark'd how to explore the vacant vast surrounding,
It launch'd forth filament, filament, filament, out of itself,
Ever unreeling them, ever tirelessly speeding them.
And you O my soul where you stand,
Surrounded, detached, in measureless oceans of space,
Ceaselessly musing, venturing, throwing, seeking the spheres to connect them,
Till the bridge you will need be form'd, till the ductile anchor hold,
Till the gossamer thread you fling catch somewhere, O my soul.
소리 없이 버티는 거미,
작은 벼랑 위에 홀로 서 있는 것을 나는 보았네,
텅 빈 광대한 주변을 어떻게 탐색하고 있는가를 나는 보았네,
거미는 몸에서 실, 실, 실을 내뿜으며,
끊임없이 실을 풀어내고, 지치지 않고 계속 뻗어나간다.
그리고 너 그 자리에 서 있는 나의 영혼이여,
무한한 우주의 공간 속에서 고립된 채
끊임없이 사색하고, 모험하며, 던지고, 연결할 대상을 찾으며
네가 필요로 하는 다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유연한 닻에 고정될 때까지,
네가 던진 가느다란 실이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오 나의 영혼이여.
악 소리도 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거미/나이다. 광활한 우주에 마치 혼자 있는 것처럼 외롭고, 힘들다. 이생과 간신히 연결된 얇디얇은 실은 바람에든, 나뭇가지에든, 작은 물방울에든 끊어져 나갈 수 있다. 근데 왜 거미/나는 버티는 것일까? 너는 왜 버티고 있니? 시인이 거미에게 묻는다.
시의 화자는 거미가 다리를 만들고,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보다 끊임없이 ‘실, 실, 실을 내뿜으며,... 지치지 않고 계속 뻗어나가“는 거미의 고단한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실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닿을’ 것이라고 화자는 굳게 믿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이 과정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찬미할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다.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바로 나와 타인, 그리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증거이다. 시인은 나의 삶의 무엇인가를 자꾸 확인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휘트먼이 말하는 긍정적인 태도는 무엇인가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자세와 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꾸준히 지켜내는 것이다. 거미가 망망대해 절벽에서 실을 뿜어내듯이. 이런 삶 속에서 우리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행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은 키팅 선생님과 헤어지는 순간에 선생님이 그들에게 행운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키팅 선생님이 떠났으니, 그들은 행운을 놓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행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타인에게 행운이 될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법사 카드는 새로운 시작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며, 이러한 특성은 월트 휘트먼의 시에서 잘 드러난다. 휘트먼의 시는 마법사의 창의성과 자기 확신을 반영하며, 독자는 인내와 끊임없는 노력이 어떻게 성공으로 이어지는지를 깨닫는다. 우리는 이 마법사의 교훈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도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계속해서 실을 내뿜는 거미처럼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태도가 우리를 빛나는 존재로 만들어 줄까?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나의 노력을 나만은 찬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