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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틀비와 함께 Nov 03. 2024

이카루스의 날개

타로카드 7번 전차와 16번 탑

타로카드 7번 '전차'는 강인한 의지와 추진력을 지닌 목표지향적인 성향을 상징한다. 그래서 전차형 인간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이끌어가려는 에너지와 의지가 강하며, 도전과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긴다. 이들은 단순한 휴식보다는 목적이 있는 활동을 선호한다. 전차형 인간의 또 다른 특징은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신뢰하는 상사에게 충성심을 바치는 팔로위십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7번 전차의 활력 넘치는 추진력과 야망은 수비학적으로 균형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주는 16번 ‘탑’ 카드와 연결된다. 탑은 갑작스러운 변화, 붕괴, 재앙을 상징하는 카드이다. 번개로 인해 하늘 높이 솟아있는 탑이 무너지는 모습은 인간의 교만함과 그에 따른 몰락을 상징한다. 이 카드는 우리에게 과신의 위험성을 알리고, 비참한 몰락을 피하려면 자신의 한계에 대한 겸손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또한 성공하려면 도전정신과 효율적인 실행만큼이나, 자신을 통제하고 때로는 자신의 신념이나 기반을 해체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카루스의 신화는 7번 전차와 16번 탑의 의미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신화 중의 하나이다. 

             

날개라는 선물자유와 열망의 상징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을 위해 미궁을 건설한 뛰어난 발명가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왕의 총애를 잃은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자신이 만든 미로 속에 갇히게 되고,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탈출계획을 세운다. 그가 만든 날개는 단순한 생존 도구가 아니라, 자유에 대한 인류의 열망과 정신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7번 카드 전차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여기서 날개는 목적뿐만 아니라 목적을 이루는 도구이기에, 그것을 어떻게 그리고 왜 사용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태양을 향한 갈망인간 한계의 극복 혹은 무모함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가 날개를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자유를 찾기 위해서다. 자유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려는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에게 날개 사용법을 세심하게 가르친다. 바다에 너무 가까이 날면 깃털이 습기를 흡수하여 떨어질 수 있고,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면 깃털을 묶고 있는 밀랍이 녹을 위험이 있다. 이 주의 사항은 항상 적절한 위치에서 날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으로, ‘중용’과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카루스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높이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의 한계와 태양의 힘을 인지하지 못한 그는 태양에 더 가까이, 더 높이 날아가고 만다. 더 높이, 더 멀리 날고 싶은 이카루스의 모습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전차의 목표지향적인 성향과 연결된다. 그리고 중용과 균형의 철학이 없는 불나방과 같은 행동은 교만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즉 이카루스가 태양을 향해 비행하는 것은 전차의 도전정신이 자만심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한 구현이다.           

   

몰락겸손에 대한 탑의 교훈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가면서 날개를 묶고 있던 밀랍이 녹기 시작했고, 깃털이 흩어지며 날 수 없게 되었다. 갑자기 그의 상승은 끔찍한 하강으로 바뀌었고, 그는 바다로 추락하여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밀랍이 녹아 깃털이 흩어지고 바다로 추락하는 이카루스의 이미지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았던 16번 탑이 번개와 벼락에 맞아 무너지는 모습과 일치한다. 이카루스의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는 자신의 등에 단 날개가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것, 즉 자신의 날개가 아니라는 것을 망각한 점이며, 경험의 부족이다. 전차와 탑 카드로 본 이카루스 신화는 겸손과 균형, 추진력과 신중함의 조화를 이루는 능력이 필요하며, 자신의 능력이 교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는 주제를 알려준다.      


야망은 사실 꿈의 다른 말일 수 있기에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꿈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추구해야 하는 무모한 돌진이 될 때 야망이라고 불리는 듯하다. 꿈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기 능력에 대한 사려 깊은 평가, 현실적인 관점, 신중한 행동과 규율이 필요하다. 성공의 열쇠는 강력한 추진력이 과신으로 바뀌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부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진실이다.      


나는 이카루스의 흔적을 자우림의 <이카루스> 속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자우림은 <이카루스>에서 20대 젊은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노래 초반에 “난 나의 젊은 날은 뜨거운 여름과 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울 줄 알았어/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소한 비밀 얘기 하나,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라고 노래하며 이카루스의 비상과 그의 몰락을 슬프게 표현한다.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더욱 자신의 한계를 알고 비참해진다. 그럼에도 가사 속 20대 인물은 자신의 고착되고 비참한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카루스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숨을 죽인 채로/ 멍하니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자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보자, 저 먼 곳까지, 세상 끝까지/자, 힘차게 날개를 펴고 날아보자, 하늘 끝까지, 태양 끝까지.” 끝내 20대 인물은 위험하거나 고통스러울지라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hKmourAN-gg

이카루스에게서 인간의 교만을 본다면, 중용의 미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인간의 도전정신을 본다면, 유토피아에 가려는 인간의 꿈을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지는 전적으로 나의 철학에 달려있다. 그러나 그 철학이 온전히 완성되기 위해서는 항상 주의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은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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