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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틀비와 함께 Oct 27. 2024

에우리디케, 나 너 사랑하냐?

타로카드 6번 사랑과 15번 악마

타로카드 6번 '연인'은 말 그대로 사람들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사랑은 낭만적인 사랑의 상징 그 이상으로, 사랑을 바탕으로 한 관계 형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카드의 사랑은 연인 간의 애정에 한정하지 않고, 부모와 자식 간의 피로 맺어진 조건 없는 사랑, 사춘기 시절 친구 간의 우정, 전우애, 애사심 및 애국심, 인류애 등을 모두 포함한다. 연인 카드의 사랑은 희생, 돌봄, 욕망, 신뢰와 충성, 연민 등 다양한 감정을 수반하며, 이를 바탕으로 연인형 인간은 타인과 조화로운 관계를 신중하게 맺는다. 이들은 예의 바르고 선을 넘지 않는 호감형 인간형들이 많아서, 소통하며 관계 맺는 일에 종사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러나 사랑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6번 연인 카드와 수비학적으로 연결된 카드는 15번 ‘악마’ 카드가 바로 사랑의 이면을 보여준다. 악마는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미끼로 인간의 내면에 있는 집착, 불신, 두려움 등을 끌어낸다. 그리고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쾌락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구속한다. 악마 카드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유혹에 빠지며, 한번 쾌락에 중독되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 악마 카드의 사슬은 스스로 부과한 한계, 즉 확인되지 않은 욕망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간의 취약한 속성을 강조한다.      


수비학적으로 6번 연인과 15번 악마의 연결을 통해 우리는 사랑과 집착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엔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이 불신과 과도한 애착으로 인해 손상되면 집착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과 집착의 미세한 경계를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집착으로 가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즉 사랑은 사랑하는 마음이 전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오르페우스

오르페우스(Orpheus)와 에우리디케(Eurydice)의 신화는 6번 연인 카드에서 15번 악마 카드의 주제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오르페우스는 9명의 뮤즈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사시를 다루는 칼리오페(Calliope)와 태양의 신 아폴로(Apollo)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아폴로에게 받은 리라로 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면, 모든 산천초목과 동물들이 숨죽이고 그의 연주를 들었다. 사이렌의 치명적인 소리를 잠재울 수 있었던 그는 숲의 요정 에우리디케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운명의 장난처럼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결혼식날, 에우리디케는 뱀에게 물려 죽음을 맞이한다. (목동 아리스티어스의 접근에 놀라 도망치다 뱀에 물려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에우리디케에 대한 사랑을 잊을 수 없었던 오르페우스는 지옥에 직접 내려가 에우리디케를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그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다. 이처럼 오르페우스는 타로카드 6번 연인에서 상징하는 순수한 사랑과 희생을 그대로 실천한 인물이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의 진정한 사랑과 용기에 감복하고 결국 오르페우스에게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한다. 단 한 가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라는 조건을 건다. 허락했으면 그냥 보내주지 않고 꼭 조건을 단다. 왜 그럴까? 다른 조건도 많을 텐데,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에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을 단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일반적인 해석은 에우리디케가 처음으로 지옥에서 부활한 망자이기에 혼백이 부활하는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또한 판도라의 상자, <푸른 수염의 아내>, 소돔과 고모라에서 소금기둥으로 변한 롯의 아내처럼 금지된 것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일탈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유혹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마지막 해석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전진하라는 충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과거의 실패보다는 과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점을 후회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돌봐야 한다는 교훈을 오르페우스의 실패를 통해 드러낸다고 보았다.      


나는 하데스의 조건이 단순한 시험이 아닌,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에게 진정한 관계의 핵심인 ‘신뢰’를 시험한 것이다. 연인 카드가 상징하는 모든 관계의 기초에는 상호 신뢰가 있다. 친구 간의 믿음, 연인 간의 서약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의 무조건적 사랑 속에도 모든 관계는 사실 신뢰를 바탕으로 완성된다.      


하데스의 조건은 세 가지 차원에서 관계의 본질을 시험한다. 첫째, 약속을 지키는 자의 신뢰성이다. 둘째, 상대방을 향한 온전한 믿음이다. 셋째, 관계 속에서 자신의 불안과 집착을 다스리는 자제력이다. 이는 6번 연인 카드가 보여주는 이상적 관계의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반면 15번 악마 카드는 이러한 신뢰가 무너질 때 나타나는 불신, 집착, 자기 의심의 어두운 측면을 경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르페우스의 뒤돌아봄은 인간의 호기심과 과거에 대한 미련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관계 맺기의 실패를 상징한다. 타로카드 6번의 연인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사이의 사랑뿐만 아니라, 오르페우스와 하데스 사이에서 맺어진 믿음 역시 연인카드의 의미와 연결된다. 하데스는 철저하게 지켜 온 지옥의 법칙을 오르페우스를 위해 깼다. 이는 하데스가 오르페우스와 맺은 특별한 신뢰 관계를 의미하며,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의 약속을 진심으로 믿었어야 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15번 악마 카드가 경고하는 것처럼, 하데스와의 약속을 의심했다. 만약 하데스의 말을 믿었는데도 뒤를 돌아본 것이라면, 이건 자신의 성공에 취해, 에우리디케가 뒤에 있다는 점, 즉 나와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결국 그의 사랑은 불신과 성급함으로 인해 영원히 잃어버리고 만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는 타로카드 6번 연인과 15번 악마 카드가 보여주는 인간관계의 본질적 딜레마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이 신화는 단순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아닌, 관계를 맺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달한다.     


첫째, 사랑이란 감정과 그 실천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오르페우스의 사랑은 충분히 강했지만, 그 사랑을 지켜내는 실천적 신뢰가 부족했다. 이는 연인 카드가 보여주는 '관계 맺기'의 본질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실천적 행위에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하데스와의 약속이 상징하는 '신뢰'의 문제는 모든 관계의 기초가 된다. 악마 카드가 경고하는 불신과 집착은 결국 관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 오르페우스의 뒤돌아봄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불안이 아닌, 관계에 대한 근본적 불신의 표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연인 카드가 보여주는 다양한 관계의 형태들 - 연인 간의 사랑, 부모자식 간의 사랑, 우정, 동료애 등 - 은 모두 '신뢰'라는 토대 위에서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악마 카드는 이러한 신뢰가 무너질 때 관계가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경고한다.     

타로카드의 상징을 통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가 사랑과 신뢰, 관계와 실천이라는 인간 삶의 근본적 주제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1. 차이 나는 클래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2. 김상준 정신과 전문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16254293&memberNo=5360415)   

3. https://www.epochtimes.kr/2024/05/6819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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