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틀비와 함께 Apr 14. 2024

불친절한 9번 은둔자

[내 영혼의 숫자 찾기]

타로카드는 문학만큼이나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함축하고 있고, 인간의 희로애락과 다양한 욕망을 보여준다. 78장으로 이루어진 타로카드가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은 읽기의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우선 타로카드로 내 영혼의 숫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타로카드의 번호에 나오는 그림 속 인물(들)은 인간의 독특한 성격과 특징을 상징한다. 나의 영혼의 숫자에 나오는 인물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장단점을 파악해 보는 기회를 얻어보자. 영혼의 숫자는 양력 생일을 하나씩 더해서 나오는 숫자를 타로카드의 번호와 연결하는 것이다. 아래 예시는 각각 영혼의 숫자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제시한 것이다. 2번과 7번에 관한 설명은 해당 타로카드 설명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1998년 9월 20일생이면 

1+9+9+8+9+2+0=38

--> 3+8=11 

--> 1+1=2

위 생일의 당사자는 영혼의 숫자로 2가 나왔다. 타로카드에서 2는 ‘여사제’로 비밀을 수호하는 사람이다.   


또 다른 예시는 1968년 8월 20일생이면 

1+9+6+8+8+2+0=34

--> 3+4=7 

위 생일의 당사자는 영혼의 숫자가 7이며, 타로카드는 진취적인 사람인 ‘전차’이다. 


[은둔자]

내 영혼의 숫자는 9번 은둔자이다. 내가 처음 웨이트 타로카드의 9번 은둔자 카드를 봤을 때 눈에 띈 것은 “은둔자”라는 단어와 은둔자가 착용한 “남루한 수도복”이다. 세상과 단절하고 자기만의 공간에 머무르면서 종교, 인생,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은둔자와 남루한 수도복은 조화로워 보였다. 그래도 내가 바라던 나의 영혼의 모습은 은둔자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하필 은둔자인가 실망했다가 카드 속 은둔자를 다시 찬찬히 바라보면서 연민이 생겼다. 얼마나 혼자 책을 많이 읽었으면 거북목이 되었을까. 눈은 아마도 안구건조증으로 뻑뻑하고, 노안도 왔을 거라 뜨는 것보다는 감는 것이 편할 거다. 어깨에는 백 명은 올라앉아 있는 것처럼 천근만근이고, 아마도 오십견도 있는 듯 램프도 번쩍 들지 못한다. 무엇보다 지팡이를 의지해야 설 수 있다.    

영혼의 숫자는 생일의 숫자로 정하는 것이라 10대나 20대에도 영혼의 숫자로 은둔자를 뽑은 이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은둔자와 같은 성향 혹은 특징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은둔자의 장단점이 나의 성격과 어느 정도 맞는지 살펴보고, 내가 어떤 업(業)의 소유자인지를 생각해 볼 기회로 생각하자. 그러면 타로카드가 재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은둔자의 체크리스트]

1. 나는 독립적인 사고와 결단력이 뛰어나며, 혼자서도 생각을 정립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2. 나는 주류 사회의 가치, 트렌드, 물질을 추구하지 않고, 대신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에 집중한다.  

3.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 성찰과 내면의 탐색을 중요시한다.   

4. 나는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며,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하고만 생각을 공유한다.  

5. 여행을 선호하지 않고, 간단하고 조용한 여행을 좋아한다.

6. 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연구원, 교육 혹은 혼자 일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나와 은둔자]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영혼의 타로카드가 은둔자가 맞는 것 같다. 나는 혼자인 것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좋지만, 헤어진 후 돌아와 내 방에 혼자 누워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혼자 있는 것을 고독하거나 외로움으로 느끼지 않고 편안해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회식하면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회의에만 참석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보면 피곤해진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은 부담스럽고 뭔가 진솔하지 않은 느낌을 받아 잘 친해지지 않는다. 반면 그냥 마음이 턱 하니 닿는 사람이 있다. 알고 보면 그들 역시 영혼의 숫자가 9번인 경우가 많았다. 소름이 끼치면서 한편으로 이해된다. 대체로 전문지식을 소유한 사람들이라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냉철하다. 그리고 솔직하다. 


[은둔자의 상극]

나의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은둔자의 상극이 또한 은둔자라는 점이다. 독립적이고, 내면의 탐색과 성찰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은둔자형 사람인데 그 잘못된 예가 바로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은둔자형 사람의 신념은 다른 어떤 타로카드 인물보다도 개선의 여지가 없이 확고하다. 이런 유형의 은둔자형 사람은 ‘세상에 나온 예언자’로서 왜곡된 진실을 설파하면서 많은 분란을 일으킨다. 조직에서 크고 작은 일을 일으키는데 사람 중에 자기 행동을 반성하기보다는 정당성을 찾고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의 행동이 옳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내면의 탐색과 성찰을 하지 못하고 텅 빈 내면을 쓸모없는 물건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저장강박증은 낯선 용어가 아니다. 이는 ‘뇌과학에서는 새로운 자극을 처리하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은 과거 자극이 계속 맴돌 때 생기는 뇌기능 장애’(동아사이언스 2021.09.28. ‘못 버리는 것도 병, 저장강박증)라고 한다. 뇌과학 차원에서 저장강박증은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은둔자형 인간은 이런 치료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자신만의 합리적인 이유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기 때문이다. 물론 저장강박증 환자가 모두 은둔자형 인간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은둔자형 인간 중에 자신의 내면을 온전한 어떤 것으로 채우지 못한 사람이 저장강박증을 보이는 경우는 확실히 있다.       


은둔자는 은둔자와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지만 가장 맞지 않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서로 자신만의 논리로 맞서기 때문에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다. 일반적인 은둔자 유형은 의외로 1번 마술사와 7번 전차와 조화롭게 지낼 수 있다.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보완해 가면서 협업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장강박증 유형의 은둔자는 다른 타로카드와 함께 일을 할 수 없다. 오로지 자신과 비슷한 저장강박증이 있는 은둔자와 소울메이트가 된다. 그들 주위에 널려있는 쓸모없는 물건이 전혀 거슬리지 않기 때문이다.           


[은둔자형 직장인의 고충]

직장인 중에 은둔자를 자신의 영혼의 숫자로 뽑은 사람은 이제까지 회사에서 힘들게 잘 버티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셀프 칭찬을 해줘야 한다. 은둔자는 독립적인 사고방식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하지만 너무 앞서나가서 거절당했을 것이다. 은둔자형 직장인은 자신의 이런 성격과 특징을 파악하고 협업할 때 의사소통을 잘해야 한다.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의견을 상대에게 불쑥 내미는 대신 점진적인 빌드업이 필요하다. 전후, 인과관계, 시작과 결과의 과정을 상대방의 수준과 언어로 잘 설명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은둔자는 자신의 특징을 파악하고 타인과 같이 일할 때 더 친절하게 설명하며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을 시도해 보자. 은둔자는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침묵을 선택하거나 오히려 할 말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솔직하고 깊이 있는 당신의 매력은 곧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