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해방의 밤> 북토크 후기
오늘은 내 생애 첫 ‘북토크’ 후기이다.
북토크는 책을 많이 읽고 사유가 깊고 말을 잘하는 사람들만 가는 곳 아닐까?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과 설렘을 안았던 아침이다.
부랴부랴 건물에 도착해 책방의 위치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저기 위에 2층에서 은유 작가님의 북토크 플래카드가 걸린 걸 보았다.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동영상을 찍고 뒤를 돌았다.
오!!
플래카드 속 낯익은 얼굴이 바로 뒤에 계셨다.
서로 작가와 독자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어색하지만 반가운 눈짓을 주고받았다.
1부 작가님의 이야기.
그중 ‘제목’에 대한 이야기에 빵 터졌다.
첫 번째 후보는 ’ 해방의 읽기‘.
출판사에서 너무 진부하다고 선정되지 못했다.
두 번째 후보는 ‘해방의 밤편지’.
아이유의 밤편지 노래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셨다고 한다. 아쉽게 출판사에서 너무 나갔다고 하여 선정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 얼마나 빵 터졌는지.
질문자: 왜 ‘해방의 밤’인지?
은유 작가님: <프롤레타리아의 밤>에서 떠올렸다. 노동자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이 되면 글을 쓰는 시간을 갖는다. 낮의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 밤에는 글을 쓰며 사색한다. 즉 밤은 모든 역할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나에게서 ‘해방의 밤’은 언제일까?
브런치 스토리를 켜고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쓰는 바로 지금 밤 12시 17분이 바로 ‘해방의 밤’이다.
본인은 이 시간을 ‘자기 성찰시간’, ‘자기 계발시간’이라 진부하게 표현했었다.
은유 작가님 덕분에 ‘해방의 밤’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바꿔보겠다.
“나 지금 해방의 밤을 보내고 있어. “
2부 질문 시간.
파워 내향형이 모르는 사람들밖에 없는 이런 자리에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서정: 저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그래서 특히 4부의 학교 얘기가 참 와닿았는데요. 학교에서 작가님의 강연을 듣는 아이들은 대부분 소위 우등생이라 불리는 소수의 아이들이라고 하셨어요. 강연이 끝났을 때 ‘나머지’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하셨는데요. 만약 학교에서 그 나머지 아이들을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실까요?
은유 작가님: 맞아요.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잘 훈련된 우등한 학생들입니다. 이런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이러한 기회들. 한편으로는 내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나머지’ 아이들을 만난다면 내가 어떤 얘기를 해주기보다 그 아이의 마음을 생각을 물어보고 싶어요. 질문을 해야 생각하게 되고 삶이 영글어지기 때문이죠.
내가 하는 고민에 방향을 제시해 준 대답이었다.
지금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약 200명 정도이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열심히 하고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반에서 많아야 5명 정도이다. 총 50명 정도.
그럼 나머지 150명의 아이들, 즉 그 나머지 아이들을 교사로서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할까?
늘 고민이었던 부분이다.
먼저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오늘 수업 어려웠어?
요즘 기분은 어때?
점심은 맛있었어?
주말엔 뭐 하고 놀 거야?
질문을 해야 아이 스스로 생각할 것이고 그렇게 생각에 물꼬를 트면 그 아이의 삶이 살아나고 영글어진다.
책을 읽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작가님이 바로 앞에 계시면 이것 좀 물어보고 싶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들었던 궁금증을 직접 내 육성으로 작가님에게 질문하는 그 짜릿함!
지금 나의 해방의 밤에는 이 짜릿함이 여전히 맴돈다.
작가님과 다른 독자님들과 한날한시한책에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고 많이 배웠다.
새로운 취미가 북토크 일주가 될 것임을 공표하며
우리 모두 해방 세상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