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정 Apr 21. 2024

'내 생애 선생님' 인터뷰 첫 번째 편

아침 꽃 저녁에 줍는다

며칠 전 반가운 이름으로 연락이 왔다.

아마 2019년도 졸업생 SY.

졸업 후에도 몇 번이나 달달한 음료를 들고 인사하러 온 정이 많은 친구다.


대학교 과제로 '내 생애 선생님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나한테 연락을 했단다. 내심 뿌듯하고 고마웠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날 기억해 주고 심지어 이렇게 멋진 인터뷰 기회를 주다니. 당연히 YES 지!!




그리고 며칠 후 센스 있는 선물과 함께 다시 온 연락.

두근두근 인터뷰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깊이 있는 질문에 놀랐다.


진심으로 고민해서 써주고 싶었다.




SY: 시작에 앞서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경력 및 본인 소개)     


나: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8년 차 중학교 교사입니다. 과목은 중국어고, 담임은 첫 해부터 꾸준히 8년 연속해오고 있어요. 현재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SY: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나: 대학교 때 서울시에서 주최한 ‘동행’이라는 교육 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남학생과 멘토-멘티 활동을 하며 교과목도 가르치고 이런저런 학교생활 상담도 해주었습니다. 학생의 성적이 조금씩 오르면서 멘토로서 보람을 느꼈어요. 1년간의 활동이 끝나고 어느 날 학생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아이가 선생님을 만나 긍정적으로 바뀌고 학습에 대한 동기도 생겼다며 감사하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 전화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아마 이쯤부터 가르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어떤 노력을 했을까요? 음.. 교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당연히 임용고시를 열심히 준비했겠죠?

1년 동안 1주일에 하루 쉬는 것 제외하고 아침 7시 기상 밤 12시 취침의 일상을 반복했어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학원에서 집까지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지하철역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는 시간에도 정리 노트를 보면서 중얼중얼거렸어요. 아마 지하철에서 제 옆에 앉아계시던 분들은 저를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SY: 교사가 된 후 성격이나 가치관이 변한 점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떠한 계기로 달라지셨나요?


나: 원래 성격이 내향적인 편이에요. 학생 때 제일 싫어했던 게 교실 앞에서 발표하는 거였어요. 그런 제가 교사가 된 거죠. 제일 큰 시련은 아이들 앞에 서야 한다는 거였어요. 20명의 아이들의 두 눈이 나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 부담과 책임감이 얼마나 크던지요. 처음 1년은 부단히 노력했어요. 만들어둔 PPT자료 밑에 수업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타자로 쳤어요. 자료를 인쇄해서 집에서 수업 실연하듯이 연습했었죠. 수업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 앞에서 여유 있게 농담을 하기도,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SY: 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나: ‘아침 꽃 저녁에 줍는다’는 중국의 작가 루쉰의 산문 제목이 있어요. ‘아침에 떨어진 꽃을 바로 치우지 않고 소중하게 오랫동안 두고 본 후 저녁이 되어서야 줍는다.’라는 뜻이에요. 모든 일에 성급하게 반응하지 말고 한숨 쉬어가자라는 지혜를 알려주는 문장이에요. 교사의 가르침에도 ‘아침 꽃 저녁에 줍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고, 아이들에 대해 너그러워야 해요. 아이들은 각각 배움의 속도가 다르고 교사는 아이들이 ‘배우는 중’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모른다고 할 때 배움을 중단하지 않고 배움을 이어나갈 동력을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인 것 같아요.



SY: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교사로서의 책임은 무엇인가요?   

 

나: 학교에서 교사라는 사회적 역할이 씌워지면 저의 말투 표정 손짓 행동 모든 것에 다 ‘책임’이 뭍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교사의 모습과 분위기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항상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고민하려 해요. 수업할 때 말투나 표정 등 비언어적인 것 그리고 언어적인 것. 어른으로서 나의 지식과 경험. 담임으로서 솔선수범과 역량. 모든 것이 다 교사의 '책임'인 것 같아요.  

    


SY: 보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보유하거나 구현해야 하는 기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한 선생님만의 특별한 기술이 있으신가요?      


나: 현재 중학교 아이들에게 ‘디벗’이라는 태블릿 pc가 보급되었는데요. 아직 수업에서 ‘디벗’은 정보 검색할 때 정도로만 쓰이는 것 같아요. 새로운 교육과정과 최근 교육 정책에서 ‘에듀테크’ 단어가 빠지지 않고 있죠. 에듀테크 플랫폼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교사가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느냐예요. 교사는 본인의 수업에서 필요한 에듀테크 기술을 고를 줄 알고 수업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해요. 또한 요즘 Chat gpt, 뤼튼, 네이버 cue처럼 AI 기술도 등장하고 있죠. 저도 시대 흐름에 맞춰가고자 뤼튼선도교사에 지원해 기술을 익히고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까 배워보려 합니다.    




두 번째 편은 수요일 연재날에 올라갑니다.


이전 10화 해방의 밤 12: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