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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Apr 25. 2024

'내 생애 선생님' 인터뷰 두 번째 편

가르침을 꿈꾸는 이들에게

SY: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다거나 학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어떻게 접근하시나요?     


나: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라고 느껴지면 바로 '숨 고르기'를 해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거나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보이면 ‘아! 잠깐 수업을 멈춰야 할 때다’라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는 잠깐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주거나 아이들에게 요즘 고민은 있는지 물어보기도 해요. 특히 오늘 점심메뉴가 뭔지 물어보거나 메뉴를 읊어주면 아이들 정신이 번쩍 깨는 게 보입니다. 한번 숨 고르기를 하고 다시 천천히 수업 내용을 꺼내면 아이들이 다시 제 수업에 자연스럽게 집중하더라고요.   




SY: 학생들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나 학생들의 다양성에 대한 대처 방법이 무엇인가요?

     

나: 교실에는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있는데요. 저는 아무래도 담임을 오래 하다 보니 학기 초 아이들과 상담을 하는데요.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이 꼭 정상적인 가족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어요. 다른 어떤 것보다 제가 꼭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기도 해요. 다문화, 저소득층, 한부모 등 아이들의 가정 상황이요.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요. 가족들이랑 주말에 외식을 가는 것이 모든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도요.

또한 학습 방면에서도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어야겠죠? 어떤 아이들은 속도가 느리고 어떤 아이들은 모둠 활동보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어요. 수만 가지의 '다양'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한 관심인 것 같아요. '관심을 가지는 것?' 교사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을 수 있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답니다.




SY: 선생님께서 가르친 학생에게서 보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 사회 구성원으로 잘 자리 잡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일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는데요. 수업 시간에도 늘 집중하지 못하고 본인이 어떤 진로로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무기력했던 학생이 있었어요. 어느 날 졸업하고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저를 찾아왔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해 항공 정비에 관심이 생겨 그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학생의 반짝반짝한 표정과 눈빛을 보는데 더없이 행복하더라고요. 어떤 것에 도전하는 모습, 그 나이에 맞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SY: 교사라는 직업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과 반대로 후회가 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나: 전 중국어를 가르치는데요. 제2외국어에 열린 마음인 아이들도 많지만, 중국어나 중국 문화에 대한 편견이 많거나 아예 무관심한 학생들이 있어요. 특히 코로나19가 한몫을 했죠. 처음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제 수업에 스며들며 중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어를 한 마디씩 내뱉을 때 정말 뿌듯해요. 아이들이 가진 기존의 편견을 와장창 깨버릴 때 아주 쾌감이 있습니다. 그 쾌감이 보람이겠죠? 후회가 됐던 경험은 아직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SY: 예비 교사에게 선배 교사로서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나: 최근 ‘정승제’ 학원 강사가 유퀴즈에 출연한 걸 봤어요. 그분이 Ebs에서 일하면서 학교 선생님들과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깜짝 놀라셨다고 해요. "우리 반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는데, 내가 몰래 대신 수학여행비를 내줬다. 이 학생이 나중에 이걸 알고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본인은 평소에 ‘수강생이 줄었는데 어떡하지’ 이런 고민을 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평소에 저런 고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본인은 '선생'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며 '생선'이라 부르도록 한대요.

교사는 정말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 같아요. 아이들의 인생 한 부분을 툭 건드려줄 수 있는 사명감이요.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학교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SY: 제게 선생님은 학생에게 늘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주신 따뜻한 선생님으로 남아있는데요. 혹시 이 외에 ~한 선생님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신가요?     


나: 아이들이 40대, 50대가 되어서 학창 시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때 얼굴에 미소가 번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담임선생님 진짜 좋으셨는데, 그때 우리 반이 너무 재밌었는데! 중국어 수업 때 이런 것도 배웠는데!’ 즐거운 추억거리를 남겨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제 이름과 얼굴은 기억은 못해도 괜찮아요. 어렴풋이 그 즐거웠던 분위기만이라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SY: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 그나마 한 줄로 정의해 보자면 인생을 10년 정도 앞서 살고 있는 어른이 ‘지금 너희 나이 때는 이런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 이런 방법도 있고 이런 걸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라고 조언해 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아닐까..





열개 정도의 질문에 대답해 보며 나의 교직관을 한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장황하게 써지려고 하면 멈추고 최대한 담백하게 적어보려고 했다.


그래도 8년 차쯤 되니 나름 깊이 있는 질문에 한 두줄이라도 답할 수 있는 짬이 생겼다.


한번 더 정리하고 다듬고 SY에게 보냈다. 그리고 또다시 온 장문의 답장.

아직도 내가 준 메모지가 책상에 붙여있다니! 이게 바로 아이들 인생의 한 부분을 툭 건드린 것 아닐까?




SY에게,

오랜만에 나눈 잠깐의 대화에서 보이는 배려 있고 어엿한 성인의 문체에서 한편으론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지금도 작은 노력들을 모으고 또 모으고 있을 우리 SY와 내 제자들 파이팅.


너의 생에 선생님으로 남게 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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