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의 길
우리 학교 옆에는 한강까지 이어지는 천이 하나 있다.
천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긴 벚꽃길이 나란히 이어진다.
한창 새 학기에 적응 중인 3월 중순,
나뭇가지들 위로 작은 초록 새싹들이 눈에 띈다.
3월 말 출결 마감할 때쯤 분홍 잎들이 마구 터진다.
마치 폭죽이 팡팡 터지는 모습이며
3월 무사히 잘 보냈다고 축하해 주는 듯한 기분이다.
올해 이 벚꽃 길을 여섯 번 걸었다.
한 번, 우리 교무부 선생님들과 퇴근길에 봄맞이 사진 찍으러 왔다. 흐드러진 벚꽃 나무를 배경으로 가장 예쁜 미소와 포즈를 지었다. 동료 선생님들과 같이 낭만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이다.
두 번, 어느 날은 퇴근하고 혼자 벤치에 앉아서 벚꽃 구경을 하는데 같은 학교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 걸었다. 이런저런 학교 얘기에 위로와 응원이 오고갔다. 요즘 많이 느끼는 건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아! 하면 어! 하고 통하는 게 많으니 말이다.
세 번, 중학교 3학년 졸업앨범 촬영으로 우리 반 아이들과 같이 왔다. 아직은 서먹서먹해 보이는 아이들도 벚꽃 아래에서는 나름 하나가 된다. 생전 잘 안 입으려고 하는 교복도 한껏 차려입고 오니 정말 예쁘다. 이맘때 늘 하는 벚꽃 종례가 벌써 끝났다. 아쉽다.
네 번, 이전 학교에서 알게 되어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선배 교사 두 분과 걸었다. 작년에도 같이 이 길을 걸었는데 그게 벌써 일 년 전이다. 새삼 우리도 벌써 알게 된 지 4년? 5년이 되어간다. 학교를 옮기고 서로 뿔뿔이 헤어지면 연락하고 만나기 힘들어지는데
신기하게 쭉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동료라는 느낌보다는 서로의 취미와 가족과 개인적인 고민들을 함께 나누는 인생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다섯 번, 도서반 학생들과 같이 걸었다. 동아리 시간 마지막 30분을 남겨두고 벚꽃길로 향했다. 떨어진 벚꽃을 서로의 귀에 꽂아 주었다.
다섯번 걸으니 벌써 벚꽃 잎이 바람에 날려 머리에, 어깨에, 손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벚꽃은 참 빨리 진다.
‘벚꽃 순간’이다.
올해도 소중한 내 사람들과 함께
벚꽃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고 좋다.